'사스 불황' 동남아 경기부양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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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확산으로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동남아 각국에서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각국 정부가 사스의 충격이 큰 업종부터 배려한다는 원칙 아래 세제.금융 분야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업계 요구=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는 대만의 여행업계는 최근 "취업안정기금으로 자금난에 빠진 업체를 지원하고 모든 업체에 대해 소득세.영업세를 1년간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정부가 운영하는 호텔.관광시설의 요금을 평소의 30% 수준으로 대폭 내리는 관광진흥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는 등 재해에 준하는 비상대책을 세워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스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홍콩의 소매업체와 음식점들은 ▶상가 임대료 50% 인하▶건물세와 상.하수도료 등 공공요금 인하▶금융지원 확대를 건의했다. 항공업계는 공항 측이 징수하는 비행기 착륙비 등 각종 비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및 정치권의 대안=홍콩특구의 둥젠화(董建華)행정수반은 지난 8일 "사스의 4대 재해(災害)업종인 관광.소매.음식.오락분야에 대해 장.단기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콩 입법원에선 7개 정당이 "각종 세금 인하를 통해 22억홍콩달러(약 3천5백억원)를 간접 지원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긴급구제기금을 만들어 ▶음식업▶소매업▶호텔.여행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하도록 촉구했다.

하지만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5% 안팎에 이르는 홍콩 정부로선 돈을 풀어 업체를 돕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에서 요구하는 세금 인하나 금융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건물 임대료 인하문제는 건물주.부동산업체들의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

홍콩의 경제사령탑인 량진쑹(梁錦松)재정사장은 "관련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사스 파동 이후의 경기부양까지 감안해 종합대책을 조속히 내놓겠다"고 밝혔다.

둥젠화 수반과 가까운 톈베이쥔(田北俊)자유당 당수는 중소기업을 우선 배려하기 위해 ▶강제적립금(종업원 퇴직금)계획의 잠정 중단 ▶각종 공과금 및 세금 감면▶정부 소유 부동산의 임대료 인하▶단기.저리 대출기금 마련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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