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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지배구조 개선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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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 상장.등록사들의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이 14일 밝혔다.

CLSA가 최근 홍콩의 비영리기관인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와 공동으로 한국.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 10개국 3백80개 주요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시장은 평점 5.5를 기록해 5위를 차지했다. 전년도에 한국은 아시아.남미.동구권 2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평점 4.7로 12위를 차지했다.

◆무엇이 좋아졌나=CLSA는 최근 ▶참여연대 등의 소액주주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데다▶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내용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고▶새 정부가 기업투명성.지배구조 개선을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점 등이 고려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CLSA는 이 같은 개선이 주로 정부의 정책변화에 기인한 것이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아직 기업문화에 깊이 스며든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주식을 위험하게 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특히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는 경영진을 감독할 외부회계감사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평점 1위는 싱가포르(7.7)였고 홍콩(7.3).인도(6.6).대만(5.8)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배구조 좋은 종목들=국내 기업 중에선 9개사가 지배구조 우수 종목군(30개)에 포함됐다. CLSA는 ▶이사회 독립성 및 역할▶회계장부의 투명성▶소액주주 우대정책 등 7개 항목을 평가했다.

최상위 종목군엔 KT.국민은행.KT&G.삼성화재 등이 포함됐다. KT는 지난해 중반 민영화된 뒤 지배구조개선 작업과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KT&G는 최근 민영화와 8%대의 높은 배당률로 점수를 땄다. 홍콩의 HSBC, 인도의 인포시스, 대만의 TSMC 등이 역시 최상위 종목군에 포함됐다.

삼성전자.KTF.한전.삼성SDI.삼성전기도 우수 종목군에 포함됐다. CLSA는 국민은행에 대해 최근 대규모 주식투자와 카드채 매입 등으로 정부정책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와 주가=CLSA는 각국에서 지배구조가 좋은 상위 25% 내 종목들의 주가는 1998~2002년에 시장평균 상승률보다 35.2%포인트 더 올랐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담당 리서치 헤드인 아마르 질은 "투자자들은 지배구조가 좋은 회사를 ▶장기적으로 큰 폭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경영기반.재무구조를 갖고 있으며 ▶도덕적 해이나 의사결정상의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일수록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투자판단의 근거가 되는 주요 지표들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CLSA는 분석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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