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남수·유진룡 면직 … 김정기 문체장관 후보 검증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서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1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참석, “석기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넘어갈 때 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돌이 널리고 널렸지만 새로운 기술을 찾아나섰기 때문에 인류가 발전을 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회의에 앞서 김승종 KIST 바이오닉스연구단장(왼쪽)으로부터 바이오 인터페이스 기반 보행재활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면직(免職)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장관은 지난달 13일 박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해 교체 대상에 오르자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당초 2기 내각이 출범하는 16일에 함께 물러나려 했었고, 교체가 예정된 상황에서 계속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게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사직서를 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두 장관이 물러남에 따라 교육부는 나승일 차관, 문체부는 김종 제2차관이 당분간 이끌게 됐다. 후임 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임자가 물러난 건 이례적이다. 특히 문체부는 지난 16일 정성근 후보자의 퇴진으로 새 인물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결정배경이 주목을 받았다. 유 장관을 면직한 건 일단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결정으로 비판을 받았던 청와대가 정 후보자의 사퇴 이후 제기되던 유임설을 조기에 차단하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에선 유 장관이 문체부 인사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마찰을 빚어 자리를 더 지킬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문제는 문체부의 업무공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음달 14~18일 방한하는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장차관 3명 중 2명이 자리를 비운 상태다. 유 장관뿐 아니라 조현재 1차관이 한국체육대학 총장 공모에 나서기 위해 지난 15일 사퇴했기 때문이다. 제1차관은 종교와 문화콘텐트, 관광 등을 담당해 교황 방한에 대한 실무를 맡는다. 제2차관은 체육 분야를 중점적으로 담당한다. 여권 일각에선 “수뇌부 공백 상태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행사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지 걱정”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관으로는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청와대는 김 교수의 발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종 검증 작업 중이다. 김 교수는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한양대 신문학과를 나와 켄트주립대(박사)를 졸업했다. 5월부터 제3기 미디어다양성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청와대는 김 교수 외에 이계진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의원,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도 후보군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교육부는 황우여 장관 후보자가 임명된 상태라 문체부보다는 나은 입장이다. 서 장관의 면직은 황 후보자를 지키겠다는 배수진의 의미라는 해석도 있다.

 서 장관은 이임식에서 “교육과 정치는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가 사회통합의 구심체 역할을 하기보다 종종 갈등의 진원지가 되는 우리 현실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포기하면, 학교는 파당적 이해관계나 정치 이념의 전쟁터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과정을 거쳐 임명되는 장관과 선출되는 교육감 모두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아 헌법상 가치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걱정된다”고도 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정성근 후보자의 자진사퇴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고심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정 후보자의 사퇴 과정에 대해 함구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정 후보자 사퇴는) 폭넓은 의견 수렴이 있었고, 그런 것을 (김기춘) 비서실장이 다 듣고 대통령이 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보고를 올린 결과”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18일 이병기 국정원장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등 6명에게 임명장을 줄 예정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5일) 청와대 회동에서 사실 황우여 전 대표에 대한 (대통령) 말씀이 있었다. 미리 제게 말씀해주셨다”며 당·청 불통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때 황우여 후보자의 내정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통령과의 대화는 어떤 경우라도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있었던 일도 없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것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정성근 후보자 사퇴와 관련해선 “(청와대에서 사전통보를 위해) 전화가 왔는데 제가 그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백성호·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