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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의 빅마마 박준면의 새로운 만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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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박준면(38)은 ‘뮤지컬계의 빅마마’로 통한다.

지난해 ‘레미제라블’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그는 폭발적인 성량과 카리스마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영화·드라마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며 존재감을 발휘하던 그가 새로운 모험을 감행했다. 배우 데뷔 20년 만에 신인가수로 대중 앞에 선다.
최근 발표한 1집 ‘아무도 없는 방’은 노래는 물론 작사ㆍ작곡ㆍ편곡까지 직접 해냈다. 앨범에서 ‘빅마마’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그는 블루스와 포크의 경계에서 고음 한번 내지르지 않고 말하듯이 9곡을 불러냈다. 첫 콘서트를 앞두고 15일 그를 만났다.

“누군가로 대신 살다가 처음 제 일기장을 공개하는 거잖아요. 첫 만남에 같이 목욕탕 간 기분이라고 할까. 괜히 위아래로 훑어보게 되고, 그래도 한 번 갔다오면 진짜 친해지니까요. 콘서트를 하면 많이 긴장하겠지만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아요."

천상 배우인 박준면은 열아홉에 나이를 속이고 극단에 들어갔을 정도로 연기에 미쳐 있었다. 갑자기 외도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8년 전부터 서울 홍대 근처에 살면서 뮤지션들과 자주 어울렸어요.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재즈, 스윙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들었어요. 자연히 음악공부를 한 거죠. 2년 전에 강산에와 술을 마시는데 갑자기 ‘작곡을 해보라’고 권하더군요."

곡을 쓰기 시작할 즈음 박준면은 가장 황폐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사랑은 힘들었고, 일은 허무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뭔가 분출해야만 했다"며 "곡을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봤고, 서서히 안정을 찾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단단한 외피를 벗어던진 한 여성이 밑바닥까지 내려가 고독한 자신을 어루만지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가장 아끼는 곡인 ‘아무도 없잖아’에선 여관방에 홀로 남은 여자가 떠나간 애인의 향기를 찾고 있고, ‘벌거벗은 당신’이란 곡에선 술병이 무기가 되어 사랑을 구걸하며, '미련한 여자'는 그저 '얼룩진 눈물을 닦고 얼룩진 시간을 줍는다'. 최승자 시인이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을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이라고 썼듯 그의 노래도 그러하다.

“어렸을 때부터 조연이었고 언제나 누군가를 도와주는 역할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어요. 가사가 대본이라면 이렇게 찌질할 정도로 진솔한 여성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연애박사인데요. 사랑을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사랑은 유치하고 더럽고, 구걸하는 거니까요.”

- ‘여자 박준면’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제가 요조나 타루처럼 홍대 여신도 아니고 억척스럽고 뚱뚱하고 코믹한 감초 배우로 살았잖아요. 이 앨범을 듣고 사람들이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도 곧 마흔인데 '박준면은 이런 여자다'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 가창력을 뽐낼 법도 한데 절제하더라고요.
“조연은 치고 빠지잖아요. 짧은 순간에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줘야 해요. 사람들은 '뮤지컬계의 빅마마'라고 하지만 그건 제 진짜 목소리가 아니에요. 가수는 뮤지컬과 달리 기댈 부분이 귀 밖에 없잖아요. 오로지 제 목소리로 어떤 장치도 없이 진정성을 담아 불렀어요.”

-블루스와 재즈, 포크를 넘나들며 묘한 느낌을 줍니다.
“블루스의 정서를 좋아해요. 레드제플린을 좋아하는데 그들의 록이 불루지(bluesy)하거든요. 이번 공연에서 ‘노 쿼터’란 곡을 커버할 예정이에요."

-계속 앨범을 낼 건가요.
“왜 사기를 당하면 그만큼 인생 공부를 했다 치잖아요. 저도 돈 까먹고 빚지면서 좋아서 시작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든 앨범이지만 곡이 모인다면 또 빚내서 내야겠죠."(웃음)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 박준면 콘서트 = 18일, 서울 서교동 클럽오뙤르, 예매 2만 5000원, 현장 판매 3만원, 02-2644-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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