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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해양 한국 새 전진기지, 라스팔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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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우리들 마음 속 영원한 ‘어린 왕자’인 작가 생텍쥐페리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들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그리워하게 하라”고. 바다를 동경하고 그리워하다가 배를 만들어 해양으로 진출하면서 인류 문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등이 각축을 벌이던 대항해 시대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문구가 현실화된 시기였다. 우리나라도 수나라와 당나라의 수십만 해군을 격퇴한 고구려, 일본에게 배 만드는 기술을 전수한 백제, 해상왕 장보고의 활약 등 자랑스런 해양강국의 전통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우리의 어선과 상선들이 전세계 바다를 누비며 활약 중이다.

 경제개발계획이 수립되고 수출이 본격화하였던 1960년대는 우리의 원양어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시기였다. 1958년 6만4000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의 원양어업 수출액은 1971년 총 수출액 10억 6760만 달러 중 5%가 넘는 5510만 달러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원양어업은 달러 획득원으로서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 고용창출과 비수교 국가들과의 외교첨병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남태평양에 서사모아가 있다면 서아프리카 대서양 해역의 원양어업 중심에는 1960~70년대부터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스페인령 라스팔마스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과거부터 유럽과 아프리카를 이어주는 해상항로의 전략적인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항만이 잘 개발되어 있다. 또한 EU 지역민들의 해양관광 거점이고 해저 석유·가스 플랜트와 선박수리 산업, 해수담수화 산업이 집적되어 있는 해양수산의 거점이다.

 지난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IUU(불법, 비보고, 비규제)어업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서아프리카 지역에 우리 해양수산기업들의 원활한 진출을 위해 라스팔마스에 ‘한·스페인해양수산협력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오는 7월 16일부터 이틀 동안 라스팔마스에서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주관하는 ‘라스팔마스 한국해양주간(2014 KOREA OCEAN WEEK) 행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진다.

 이 행사에서는 우리나라 주도로 ‘국경 없는 양식회(Borderless Fish Farm)’도 발족된다. ‘국경 없는 양식회’는 양식 기술 지원을 통해 서아프리카와 태평양 등 전 세계 연안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와 식량부족 문제 해결을 돕는 일종의 해양수산 부문 대외원조 기구라고 할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국립수산과학원과 공동으로 라스팔마스 현지 교민을 대상으로 원양 어선 승선 감독관을 훈련시킬 ‘국제옵서버’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번 ‘라스팔마스 한국해양주간’ 행사가 대서양에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해양수산강국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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