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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 49세 가구 수 10년 새 5% 줄어 … 2000년대 중반 같은 호시절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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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우리 주택경기가 정말 불황일까? 불황이면 그 기준은 무엇인가.”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을 분석하면서 이런 의문을 갖게 되었다. 아파트 분양 물량만 보면 불경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서 그렇다.

 올 상반기에 전국 일원에 14만 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됐으며 하반기에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약 9만 가구, 지방 7만 가구 등 모두 16만 가구가 분양될 것이라 한다. 상·하반기 아파트 공급물량을 합하면 총 30만 가구가 된다. 지난해 공급 실적 27만9000 가구보다 2만1000 가구가 많다.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여기에 단독·다세대·연립주택 등을 더하면 연간 주택공급 물량은 46만~47만 가구로 추정된다. 지난해 실적 44만 가구 대비 2만~3만 가구가 늘어난 수치이다.

 주택 경기가 좋았던 2005년에도 공급 은 46만 가구였다. 그 당시는 전체 공급 물량의 90%가량이 아파트였지만 지금은 60%대로 낮아졌다. 대신 원룸주택 등의 비중이 커졌다. 대형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아파트 물량이 많아야 경기가 좋은 것으로 느껴질 텐데 그렇지를 못하니 체감경기는 불황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앞으로 아파트 건설량이 대량 늘어날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업계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을 게다.

 아파트 경기가 좋았던 2005년과 올해의 주택 시장 여건을 비교해 보자.

 먼저 주택 수요가 엄청 줄었고 수요의 경제적 편차도 크게 벌어졌다. 축적된 자본이 적은 1인 가구와 주택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은 노인가구가 상대적으로 증가한 반면 신규 주택 수요 층인 30~40대 가구는 감소했다.

 구매력이 왕성한 35~49세 가구수는 2005년 633만 8000여 가구였으나 올해는 603만가구로 5.1% 줄었다. 반면 1인가구와 노인가구 증가세는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4.2%, 9.8% 늘었다. 시장 상황이 이럴 진대 어떻게 2000년대 중반같은 호(好)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10년 후에 되돌아 보면 오히려 지금이 호시절로 인식될 지 모른다.

 그동안 주택 관련업체는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종 부양책을 정부에 주문해 왔고, 실제 시행되고 있는 정책도 적지 않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대출 규제인 LTV(주택담보 인정비율)·DTI(총부채 상환비율) 기준을 손질하겠다고 밝혀 이 제도까지 완화되면 주택 관련 규제는 거의 풀리는 셈이다.

 잇따른 규제 완화는 시장 분위기를 어느 정도 호전시키는 효과를 보이겠지만 더 이상의 약효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신규 시장은 그런대로 굴러 간다고 하겠으나 중고주택 거래 시장이 좀체 나아지지 않아 문제다. 이 문제도 인위적으로 손을 쓴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닌 것 같다. 세월이 약일 듯 싶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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