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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작년 세월호 심사하던 날 청해진 접대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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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감사원이 8일 발표한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실태’에서 드러난 세월호 참사의 대응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실덩어리였다. “세월호는 바다에 투입되지 말았어야 할 배”(감사원 고위 관계자)라는 게 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안전행정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원이 정예인력 50여 명을 투입해 23일 동안 감사를 해 얻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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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도입 때부터 변조된 자료로 인가=감사원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이 2012년 일본에서 퇴역한 선박을 구입해 2013년 세월호를 운항하기 전부터 조작된 서류에 기초해 각종 인가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운법에 따르면 새로운 선박을 투입하려면 해당 노선에서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여객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지 않도록 해 부실 운항을 막자는 취지다. 세월호가 운항한 인천~제주 노선은 평균운송 수입률(기존 선박의 평균수입÷기존·신규 선박의 최대 가능수입)이 25%를 넘어야 하는데, 일본 검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는 이 비율이 24.3%에 그쳤다. 애초 인가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은 변조(조작)된 선박도입 계약서로 이 비율을 26.9%로 만들었고, 인천항만청은 변조된 자료를 토대로 인가를 해줬다.

 한국선급은 설계업체가 세월호 무게를 100t 적게 계산하고, 컨테이너 무게를 줄여서 부실하게 복원성(배가 흔들렸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능력) 검사를 했는데도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인천해양경찰서 직원 3명이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 개최를 4일 앞둔 지난해 2월 15일 오하마나호(청해진해운)에 공짜로 탑승해 제주 출장을 간 것을 적발했다. 이들은 2월 16일∼18일 제주도에 머물며 청해진해운 직원으로부터 교통편을 제공받았고, 식사·주류·관광 등 편의와 향응을 받았다. 그리고 19일 오전 9시쯤 시험운항 중인 세월호를 타고 인천항으로 돌아와 5시간 뒤인 이날 오후 2시 심사위원회를 열어 미제출된 서류 등의 보완요구도 없이 심사를 진행했다. 그러곤 6일 뒤인 2월 25일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을 승인했다. 승인 과정의 비리 혐의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매뉴얼에 따르면 해경 구조본부가 가용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조난선박과 교신을 시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직접 교신 실패로 사고 당일(4월 16일) 오전 8시55분부터 9시27분까지 32분간 세월호 선장(이준석) 등을 통한 승객의 갑판 집결과 퇴선 지시 기회를 잃어버렸다. 이른바 ‘골든타임’ 32분을 허송세월한 것이다. 목포해경은 오전 9시10분쯤 선장과 휴대전화 통화만 2차례 시도하고 조난통신망 등을 통한 교신은 아예 시도조차 안 했다. 이후 해경본청에선 7차례에 걸쳐 목포해경에 교신 시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오전 9시7분부터 9시37까지 30분간 세월호와 단독으로 교신해 승객이 탈출하기 곤란한 긴박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했으면서도 이 사실을 구조대와 구조본부 등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해경은 또 사고 당일 오전 10시17분 이미 세월호가 100도 넘게 기울어져 배가 전복된 상황에서도 ‘123정’ 등에 “여객선 자체 부력이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할 것”이라는 지시를 내려 현장 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CCTV 철거 등 부실대응 은폐 시도=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부실대응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검찰은 진도 VTS가 CCTV 자료를 삭제했다고 하는데, 감사원 감사관이 갔을 때는 마치 CCTV가 없었던 것처럼 CCTV를 철거해버렸다”고 밝혔다. 8일 언론 브리핑을 맡은 정길영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세월호가 출항하는 당일 어떤 상태에서 출항하게 됐는지 기록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세월호에 화물이) 몇t이 실렸는지, 평형수가 어느 정도 채워진 상태에서 출항했는지 증거나 자료로 확인할 수 없었고 단순히 담당자의 진술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관련자 40명의 징계 요청을 검토하고, 향응수수 등 비리 관련자 5명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친 최종 감사 결과는 8월 중순에 나올 예정이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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