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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자동차 탄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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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Q 내년 시행 예정인 저탄소차협력금(자동차 탄소세) 제도를 놓고 논란이 많던데요. 환경부·환경단체는 예정대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도입을 반대한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자동차에 왜 탄소세를 매기려 하나요?

A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소형차·친환경차 보급을 늘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섞여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라서죠.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는 보조금을 주고,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는 부담금을 매기기로 한 겁니다. 일반적으로 소형차나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카)는 탄소 배출량이 적어 보조금을 받는 반면 중대형차는 탄소 배출량이 많아 부담금을 내야 합니다. 중대형차를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없던 세금이 새로 하나 생긴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탄소세라고 부르는 거죠.

 이 제도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부터 추진됐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2005년 세계 각 나라에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하는 교토의정서가 공식 발효된 뒤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줄곧 중장기 계획을 세우라는 요구를 받고 있었죠. 마침 ‘저탄소 녹색성장’을 간판 정책으로 내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됩니다. 2009년 1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지금보다 30%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각 정부 부처별로 감축 할당량이 떨어졌습니다. 목표치를 할당받은 환경부가 자동차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의 하나로 내놓은 것이 바로 저탄소차협력금제도입니다. 6개의 선진국(프랑스·네덜란드·노르웨이·벨기에·오스트리아·싱가포르)이 시행하고 있던 제도인데요. 환경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160만t을 줄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결국 2년여간의 설계과정을 거쳐 2012년 8월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시행의 골격을 담은 법안(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시행시기는 2013년 7월로 못 박았죠.

환경단체 적극 찬성, 차업계는 반대

 그런데 막상 환경부의 세부적인 시행안이 공개되자 국내 자동차업계가 반발했습니다. “국산차 사면 부담금을 물리고 수입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국산차 역차별 제도”라는 논리였습니다. 환경부는 자동차 평균 탄소배출량(㎞당 126g)를 기준으로 이보다 배출량이 적은 차를 사면 최대 300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탄소 배출이 많은 차를 사면 최대 700만원의 부담금을 물리겠다고 했는데요. 이 기준을 적용하면 소나타·그랜저·에쿠스를 비롯한 국내 중대형차는 대부분 부담금 부과 대상이 되는 걸로 나왔습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 인기 많은 독일·일본 수입 중대형차(BMW·벤츠·렉서스) 중 상당수 모델은 부담금 면제 또는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산 중형차 값은 비싸지고, 수입차 값은 싸지는 것이죠.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독일·일본은 국가정책으로 일찍부터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 중대형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기 때문이었죠.

 이러자 환경부는 국내 자동차업계에 기술 개발 기간을 준다는 의미로 시행시기를 원래보다 1년6개월 뒤인 2015년 1월로 늦췄습니다. 그러면서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시행돼도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고 자동차업계를 설득했습니다. “중대형차를 사려던 이들이 비싼 수입차가 아닌 국산 소형차로 갈아타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보조금 대상에는 수입차 뿐만아니라 모닝과 같은 국산 경차가 있고, 준중형차인 액센트는 부담금 면제대상이라는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는 2008년 전 세계에서 저탄소차협력금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프랑스에서도 소형차 갈아타기 효과는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프랑스 자동차시장에서 소형차 비중은 제도 시행 전인 2007년 31.9%에서 3년만인 2010년 41.2%로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가 2012년(33.6%)에는 다시 8%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반짝 효과가 있었을 뿐 시간이 지나자 소비자들은 보조금·부담금에 크게 상관하지 않고 원래 패턴대로 차를 샀다는 겁니다.

“국산차 피해 커” vs “지구온난화 막아야”

 올해 3월에는 자동차산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자동차업계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정부 부처 사이에 이견이 생긴 거죠. 결국 협력금제 도입 결정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중재에 나섰습니다. 기재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가 3개 산하 국책연구기관(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공동 용역을 맡겨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실효성을 연구하도록 했습니다. 제도 시행으로 생기는 온실가스 감축효과와 국산차가 입을 피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3개월 뒤 나온 용역 연구 중간 결과 보고서는 정반대였습니다. 환경부 산하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예정대로 내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이기 때문에 미룰 수 없다는 겁니다. 다만 한발 물러서 첫 해에 한해 부담금 부과 대상 차량을 줄이고, 금액을 낮춘 뒤 둘째 해부터는 점차 올리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안했습니다.이를 적용하면 시행 첫 해인 내년 쏘나타는 부담금 대상에서 면제 대상으로 바뀌고, 에쿠스 부담금은 7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낮춰집니다.

 반면 조세재정연구원(기재부 산하)과 산업연구원(산업부 산하)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수정안을 적용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적고 국산차 피해는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상 제도 시행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거죠. 우선 2020년까지 감축 가능한 이산화탄소는 55만t으로, 환경부 전망치(160만t)의 3분의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국산 중대형차는 판매량은 연간 최대 3만대가 줄어들 것으로 봤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결론이 나온 건 아닙니다. 정부는 3개 기관의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그 때 다시 3개 부처가 모여 입장을 조율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논리와 경제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한 이번 사안이 어느쪽으로 결정날지 주목됩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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