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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식 기자의 새 이야기 ⑤ 파랑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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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가 익어가는 칠월. 푸른 바다 건너온 새들이 남녘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는 시절이다. 한여름밤 잠 못 이루는 소쩍새도, 한 줄기 갈대를 부여잡고 노래하는 개개비도, 변화무쌍한 목소리의 꾀꼬리도 모두 이 계절을 풍요롭게 한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새가 파랑새다. 메테르링크의 동화 『파랑새』 덕에 이 새는 단순한 새가 아니라 행복의 상징이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파랑새를 발견한 곳은 바로 자기 집이었다는, 결국 행복이란 먼 곳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는 소박한 진리를 일깨워 준다. 또 파랑새는 희망을 꿈꾸게 해준다. 한하운은 시 ‘파랑새’에서 죽어서 파랑새가 되고 싶다고 소망한다. 푸른 하늘과 푸른 들을 자유롭게 맘껏 날고 싶은 것이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보다 더 혹독한 냉대와 절망 속에서 살아야 했던 나병환자의 절절한 희망이 한 마리 새에 투영돼 있다.

그러나 여름철새 파랑새는 영어로는 블루 버드(blue bird)가 아니라 달러 버드(dollar bird)로 표기된다. 날개를 폈을 때 보이는 반점이 달러 동전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란다. 각 나라의 새 이름이 영어명과 일치하지 않는 예는 흔하다. 사물을 보는 관점이 문화에 따라 판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멀리 있는 파랑새는 이름과 달리 결코 파랗지 않다. 행복이 그러하듯 파랑새의 진면목을 보려면 가까이 가야 한다. 머리와 꼬리 부분은 까맣고, 부리와 다리에는 오히려 오렌지빛이 선명하지만 이 새의 매력은 보는 각도에 따라 묘하게 달라 보이는 몸통의 짙은 청록색에 있다.

무더위에 마음마저 지치기 쉬운 칠월, 나의 파랑새는 어디쯤 있는지 찾아보자. 손에 잡히는 게 없다면 가장 가까운 곳,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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