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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감시도 예방도 못 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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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월 3일자 상반기 전망 지면.

말(馬)의 해답게 갑오년(甲午年), 숨가쁘게 달렸습니다. 이제 절반이 남았습니다. 연초에 중앙일보 부장들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주요 현안에 대해 예측을 했습니다. 일부 맞히기도 했지만, 틀린 것도 많았습니다. 사회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부족했습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이나 대형 참사가 발생해 어쩔 수가 없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대표적입니다. 세월호 같은 대형 참사를 감시도 예방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조리와 안전 불감증 등을 꾸준히 추적했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참사였습니다. 상반기를 되돌아봤습니다.

1. 질문 : 지방선거서 안철수 신당 성공할까요
연초 예측 : 아닙니다
결과 : ‘정치는 생물’ 빗나갔습니다

올 초만 해도 안철수 신당은 ‘상수’였습니다. 안 의원도 광역단체장 후보 물색에 나서고 신당추진체를 만들며 불을 지폈죠.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던가요? ▶야권 분열을 우려하는 진보진영의 압박 ▶인물난 등 현실 정치의 벽 앞에 안 의원은 무릎을 꿇었습니다. 출구전략은 민주당과의 합당(3월 2일). 중도층으로부턴 외면받았지만 지방선거가 무승부로 끝나는 바람에 안 의원은 제1야당 대표로서 입지를 세우게 됐습니다. ‘안철수 신당이 수도권 선거에선 고전할 것’ ‘안철수 신당은 가라앉고 안철수는 뜰 것’이라고 했던 저의 연초 전망을 비껴간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거죠.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이정민 정치부장

2. 질문 : 김정은 체제 올해 안녕할까요
연초 예측 : 아닙니다
결과 : 예상보다 원만하지만 더 지켜봐야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여파 등을 감안해 불안정성이 높다고 봤지만 상반기가 지난 시점에서 이런 예측은 적중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말할 근거가 지난 6개월간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 도 예상보다 원만하게 권력을 꾸려 왔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장성택 제거 후 고모 김경희와 최용해 총정치국장이 몰락하거나 좌천돼 후견 3인방이 공백상태입니다. 롤러코스터식 군부 인사도 주시해야 합니다. 미숙해 보이는 대미·대중 관계와 경제·핵 병진노선 집착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성택 처형이 권력 안정으로 치닫는 종지부였는지, 새 권력 투쟁 드라마의 시작인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이영종 외교안보팀장

3. 질문 : 일본의 군국화는 더욱 가속될까요
연초 예측 : 그렇습니다
결과 : 맞았지만 예상보다 더딘 발걸음

2012년 12월 취임 이후 아베 신조 총리의 우경화 행보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아베는 국민 과반수가 반대하는데도 오늘 집단적 자위권을 거의 전면 허용하는 각의결정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저의 예상보다 더딘 발걸음입니다. 연립내각을 구성한 공명당의 눈치를 살피느라 그랬지요. 그런데 공명당은 연립을 깨고 나갈 힘이 없다는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아베의 발걸음이 더 빨라질 거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베의 궁극적 목표는 전후 평화헌법을 바꿔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드는 겁니다. 종전 70년을 맞는 내년에 이를 위한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아베 담화’를 발표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입니다.

이훈범 국제부장

4. 질문 : 올해는 경제가 나아질까요
연초 예측 : 그렇습니다
결과 : 지표상으론 맞지만 체감은 글쎄

지표와 체감이 엇갈립니다. 지표는 나쁘지 않습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9%를 기록했습니다. 무역수지는 2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 중입니다. 2분기엔 세월호 참사, 이라크 내전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로 성장률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연간으로는 당초 예상했던 연간 3% 중후반대 성장이 가능해 보입니다. 문제는 체감입니다. 길거리 경기를 좌우하는 소비와 국내 설비투자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가계가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돈(국민총소득·GNI)도 그다지 늘어나지 않습니다. 양극화와 일자리·노후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런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선구 경제부장

5. 질문 : 젊은 구직자들 기쁜 소식 있을까요
연초 예측 : 아닙니다
결과 : 인문계 홀대 문제 숨어 있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놓친 것도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뚜렷해진 공채 시장의 ‘인문계 홀대현상’입니다. 취업준비생 사이에 ‘2(인문계)대 8(이공계)’이란 푸념이 쏟아질 정도니까요. 일자리가 많은 대기업들이 대부분 제조업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경우 올 상반기에 인문계 수요가 많은 생명·카드·증권 등 금융사에선 대졸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하반기에도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취준생, 특히 인문계 출신의 취업난은 심화될 전망입니다. 다만 프로그래밍 관련 자격증이 ‘구직 성공 티켓’이 돼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요 대기업과 많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여전히 관련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서지요.

표재용 산업부장

6. 질문 : 달러당 원화값 세 자릿수 가능성은
연초 예측 : 아닙니다
결과 : 상승 압력 세지만 아직 1010원대

1월 2일 원화는 달러당 1050.3원이었는데 6월 30일 1011.8원으로 마감됐습니다. 6개월 사이 원화값이 3.7%나 오른 겁니다. 24개 신흥국 가운데 7% 이상 오른 브라질 헤알화 다음으로 상승폭이 컸습니다. 상반기 원화값엔 밀어 올리는 힘과 끌어내리는 힘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경상수지 흑자와 해외투자금 유입은 원화값을 밀어 올렸습니다. 반대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 규모를 꾸준히 줄이면서 달러값이 오름세로 돌아선 건 원화값을 끌어내렸습니다. 결과는 밀어 올리는 힘이 더 셌지만 세 자릿수 환율을 만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원-엔 환율은 2008년 9월 이후 5년3개월 만에 100엔당 1000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정경민 국제경제팀장

7. 질문 : 7월에 기초연금 받게 될까요
연초 예측 : 그렇습니다
결과 : 우여곡절 끝에 7월부터 시행됩니다

당초 정부의 시행방안이 인기가 없어서 계획대로 될 가능성이 30%도 안 됐습니다. 칼자루를 쥔 야당의 반대가 거셌고, 여당에서도 반발 기류가 적지 않았지요. 여·야·정 협의체가 13차례 열렸지만 답을 못 찾아서 여야 지도부에 미루고, 지도부는 다시 협의체에 미루는 핑퐁게임이 이어졌습니다. 야당을 돌려놓은 건 638만 명의 ‘노인 표’였습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는 우려에 손을 든 거지요. 협상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30만원이 채 안 되는 12만 명의 기초연금을 20만원으로 올렸지만 기본 틀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25일 기초연금이 처음 지급됩니다만 매년 10조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조달할지 여전히 숙제입니다.

김남중 사회1부장

8. 질문 : 불법시위 지난해보다 줄어들까요
연초 예측 : 아닙니다
결과 : 예상보다 심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큰 방향은 맞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훨씬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주말마다 도심에서 불법시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모여든 시위 참가자 중 일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하며 집회 신고장소를 벗어나 청와대로 향하다 연행되는 사례가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28일)엔 경찰이 불법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올해 처음 물대포를 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하반기에 불법시위가 더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과거 정권 예를 보더라도 집권 2년차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시위가 늘어났습니다.

정철근 사회2부장

9. 질문 :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시동 걸릴까요
연초 예측 : 그렇습니다
결과 : 인하폭 놓고 사업자와 줄다리기 중

정부는 지난해부터 민간 투자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리려고 시도했습니다. 금리가 떨어져 고속도로 운용 비용이 줄었기 때문에 실제로 통행료를 인하할 소지가 있었습니다. 인하 요청에 고속도로 사업자들도 응하기는 했습니다만 인하 폭에 견해차가 있었습니다. “더 내리라”는 정부와 “그만큼은 힘들다”는 사업자 간에 줄다리기가 이어지다 보니 상반기를 넘겼습니다. 지금은 몇몇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서수원~오산~평택 고속도로는 올해 안에 10%가량, 이르면 3분기 중 요금이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용인~서울 고속도로도 가능한 한 인하를 서두르고 있다고 합니다.

권혁주 전국뉴스부장

10. 질문 : 숭례문 부실 복원, 실마리 찾을까요
연초 예측 : 아닙니다
결과 : 절반만 찾았습니다

전반적 해법의 실마리는 못 찾은 가운데 숭례문 단청이 벗겨진 원인 정도는 발표할 듯하다고 예측했습니다. 5월 15일 감사 결과에 화학접착제를 사용했음이 공개되면서 국민의 분노를 사기도 했죠. 이와 함께 기와의 규격, 지반의 높이가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그러면서 구조적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절반이냐고요. 관리감독 시스템 부재라는 보다 근원적인 지적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청이 구성한 ‘숭례문 종합점검단’의 정밀진단 계획은 감사원의 조사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수정됐으니 더 이상 공식 발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모든 걸 정권 임기 내 ‘빨리빨리’ 해결하려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 점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배영대 문화부장

11. 질문 : 김연아 올림픽 2연패 가능할까요
연초 예측 : 그렇습니다
결과 : 홈 텃세 고려 못했습니다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의 연기는 충분히 금메달감이었습니다. 스케이팅 실력, 표현력 모두 훌륭했습니다. 쇼트 프로그램 74.92점, 프리 스케이팅 144.19점, 합계 219.11점으로 역대 개인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죠. 그러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가 점프 실수에도 쇼트·프리 합계 224.59점으로 1위에 올랐습니다. ‘피겨 여왕’은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선물하며 떠났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국제대회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홈 텃세’를 고려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예측에 실패했습니다. 브라질 월드컵 성적도 ‘1승1무1패로 16강 진출’이라고 예견했지만 대표팀은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1무2패로 탈락했습니다.

정영재 스포츠부장

12. 질문 : ‘모바일 뉴스보기’ PC 앞지를까요
연초 예측 : 아닙니다
결과 : 변화 이렇게 빠를지 몰랐습니다

모바일 디지털의 물결은 거셌습니다. 예측을 뛰어넘은 거대한 파도가 미디어 산업에 몰아치고 있습니다. 변화를 예상했습니다만 속도가 이렇게 빠를지는 몰랐습니다. 올해는 지나야 모바일이 미디어산업의 대세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틀렸습니다. 이미 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한 뉴스 보기가 PC 같은 고정형 인터넷을 통한 뉴스 보기를 앞질렀습니다. 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비율이 55%를 돌파했습니다(2012년보다 8%포인트 증가). 반면 PC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본다는 응답은 그 전해보다 6%포인트 줄어든 51%로 나타났습니다.

김종윤 뉴미디어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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