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된 빵값만 반영하면 GDP, 밀·밀가루도 합산하면 GO

중앙선데이

입력 2014.06.29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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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호 16면

17조890억 달러와 27조1408억 달러.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ㆍBureau of Economic Analysis)이 4월 25일 발표한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과 총산출(GO) 수치다. 경제활동을 가늠하는 잣대가 왜 이렇게 다를까. GDP와 GO의 차이를 설명할 땐 흔히 빵을 비유로 든다.

국내총생산과 총산출, 어떻게 다르길래

빵을 만들려면 밀가루가 필요하고, 밀가루를 빻기 위해선 우선 밀이 생산돼야 한다. 밀과 밀가루는 빵의 중간재인 셈이다. 밀과 밀가루의 가격을 감안하지 않고 최종 소비재인 빵 가격만 따지는 게 GDP라면 GO를 계산할 땐 밀과 밀가루, 빵의 가격을 모두 더한다. 생산 과정이 길고 복잡할수록 GO 수치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GO가 ‘만드는 경제(make economy)’ 즉 경제의 공급 측면을 잘 보여주는 잣대로 평가되는 건 이 때문이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거래(B2C)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를 반영할 수 있다. 각 중간재 생산 단계에서 물가와 고용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따져볼 수도 있다. 실제로 GO를 뽑아보면 전체 경제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GDP보다 훨씬 적게 나온다. 지난해 미국 GDP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한 비중은 68%, 정부 지출이 차지한 비중은 18%에 달했다.

이와 달리 GO 기준으로는 민간 소비 비중이 40% 미만이고 기업 투자 비중은 50%가 넘는 걸로 잡힌다. 이 차이는 경제를 보는 시각의 차이를 낳는다.

경제 활동의 상당 부분을 민간 소비가 차지한다고 보면(GDP 관점) 경기 부양책도 소비를 진작시키는 쪽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수요를 촉진시키고 소비세를 깎아 소비를 활성화하려는 노력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경제 활동에서 기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고 보게 되면(GO 관점) 경제 정책은 확 바뀐다. 사람들이 돈을 쓰게 하기보다 저축을 하게 해서 기업 대출을 늘리는 게 경제 성장에 유리하다. 소비세 대신 법인세를 깎아줘서 기업이 투자 여력을 늘리게끔 만들 수 있다. 경제 지표가 경제를 보는 시각은 물론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도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런 차이가 경제학계 대표 학파들의 각기 다른 이념과 일맥상통한다는 설명도 있다. GDP를 중시하는 학자들은 보통 수요 측면을 강조하는 케인스주의자, GO를 중시하는 학자들은 공급 측면을 강조하는 오스트리아 학파로 보면 된다는 얘기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가 늘어야 경기가 살아난다고 생각하는 케인스주의자들은 민간 소비의 비중이 높은 GDP가 경제 실상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여기는 반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보고 기업가 정신과 자본 형성을 중시하는 오스트리아 학파는 GO를 통해 생산 측면의 경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GO가 GDP로는 다 들여다볼 수 없는 경제 활동의 이면을 드러낸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GO가 GDP를 대체하는 핵심 지표 역할을 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우선 국제적으로 GO를 산출하는 단일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중간재 각 단계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GO 산출량이 들쑥날쑥해지기 마련이다.

국가별 산업 특성에 따라 GDP 대비 GO 규모가 너무 달라 국제 비교가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GO는 중간재 가격을 모두 합친 개념이기 때문에 중간 단계가 복잡하고 중간재 가격 비중이 높은 제조업에선 GDP 대비 GO가 크다. 또 수입된 원자재 가격을 총생산에서 제외시키는 GDP와 달리 수입 원자재 가격도 모두 산출량으로 잡기 때문에 원자재를 주로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나라에선 GO 수치가 높게 나온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GO가 GDP 대비 60% 정도 많은 데 그친 반면 한국의 2012년 기준 GO는 3598조765억원으로 GDP(1377조4567억원) 대비 161.2% 더 많았다.

이우기 한국은행 투입산출팀장은 “나라의 중심 산업이 제조업이냐 서비스업이냐, 시장이 내수 중심이냐 수출 중심이냐 등에 따라 GDP 대비 GO 비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국제 비교에는 적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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