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국 미국의 극빈자들에게 현금 300달러(30만5000원)씩 나눠주겠다는 중국 괴짜 기업인의 약속이 해프닝으로 끝났다.
25일(현지시간) 낮 12시. 뉴욕 센트럴파크 안에 있는 고급식당 보트하우스에 노숙자 200여 명이 줄줄이 모여들었다. 천광뱌오(陳光標·46) 중국 장쑤황푸 재생자원이용유한공사 회장의 공짜 점심 식사 초대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식사는 근사했다. 참치와 소고기 스테이크, 신선한 베리 등 3가지 코스로 이뤄진 식사 가격은 약 80달러. 노숙자들 사이에선 “오늘 하루는 억만장자가 된 기분”이란 호평이 나왔다. 천 회장은 자신의 자선활동을 과시하며 애창곡까지 불렀다. 1985년 아프리카 난민을 돕기 위한 자선곡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였다.
그러나 노숙자들의 최대 관심은 300달러였다. 천이 뉴욕타임스(NYT) 광고를 통해 “1000명의 극빈자들에게 점심식사와 300달러씩을 제공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천은 이날 행사장에서도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그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이날 행사를 함께 주관한 뉴욕시 극빈자 구호단체인 ‘뉴욕구제단’이 노숙자들이 현금으로 술과 마약을 살까봐 우려해 천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천은 대신 뉴욕구제단에 9만 달러(약 9100만원)를 기부하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결국 천은 상징적으로 노숙자 4명에게만 300달러씩을 지급했다. 그들 역시 뉴욕구제단이 돈을 돌려받기로 하고 연단에 올려 보낸 노숙자들이었다. 현금을 기대했던 많은 노숙자들은 격분했고, 천에게 몰려가 “기만”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천은 “동서양의 문화 차이”라고 말하며 행사장을 떠났다.
천은 현지 언론에 이번 행사를 통해 중국 부자들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자선문화를 고취하고 싶다고도 했다. 천은 자원재활용 사업으로 자수성가했다. 포브스가 추산한 그의 재산은 7억4000만 달러(약 7518억원). 그는 이재민에게 현금 다발을 나눠주고, 중국 본토와 대만을 잇는 평화다리를 건설하겠다고 하는 등 기행을 이어가고 있다. 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수하겠다고도 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