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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신문 보기-1968년 6월 15일 2면] 60년대, 부유층만 먹었다는 '이 약'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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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휴가철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날씬한 몸매에 집착하는 현대 여성은 체중 감량을 위해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한다. ‘해독주스 다이어트’, ‘1일 1식 다이어트’ 등 그 종류만도 수십가지다.

지금은 이렇게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지만, 1960년대엔 이와 반대로 체중을 늘리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전체 초등학생의 4분의 1인 108만 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던 시절, ‘통통한 체격’을 가진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60년대엔 ‘살찌는 약’이 인기였다. 당시 제약회사들은 ‘살찌는 약’을 수입해 판촉경쟁을 벌였다. 한일약품에서 출시한 ‘베스타나볼’도 그 중 하나다.

중앙일보 1968년 6월 15일자 2면에 실린 ‘살찌게 하는 약 베스타나볼’ 광고는 “적당히 살찐 체격은 사람들에게 호감과 신뢰감을 주므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체격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광고협회 광고정보센터에 접속하면 ‘베스타나볼’ 텔레비전 광고 영상도 볼 수 있다.

60년대 유행했던 ‘살 찌는 약’은 영양제가 아니라 호르몬제다. ‘베스타나볼’ 광고를 보면 “‘베스타나볼’은 단백질을 체단백질로 재합성하도록 촉진시켜주는 약제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손호영 교수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호르몬제는 있지만 의학적으로 재합성을 촉진시켜주는 호르몬제는 없다. 인슐린이 단백질을 재합성하는 데 도움을 주긴 하긴 하지만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국에서 일반 약제로 구매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1960년대 ‘살찌는 약’이라면 부신호르몬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부신호르몬제 역시 당뇨병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60년대 당시 언론도 ‘살찌는 약’에 대한 학계 전문가들의 경고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살 찌는 약’이 수입돼 아무런 설명서 없이 팔리고 있다. 외국산이면 다 좋은 줄 알고 장기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살 찌는 약’이란 합성부신피질호르몬제제인데, 장기 복용하면 부신피질 기능이 저하되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나기 쉽다. 반드시 약사의 상의 하에 복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살찌는 약의 고객은 누구였을까. 68년 광고 속 ‘베스타나볼’의 도매가는 약 370원(30정). 2004년 8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광중 연구위원이 발표한 ‘서울시민의 가계지출 변화’라는 연구보고를 보면 1968년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은 50원이었다. 약 가격이 자장면 가격의 약 7.5배나 된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베스타나볼’의 가격을 현재로 환산하면 4만 5천원이 조금 넘는다”며 “60년대엔 빈부격차가 심했던 시절이라 ‘살 찌는 약’의 주 타깃은 대부분 부유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스티나볼’ TV 광고 속엔 스키와 고급 승용차를 타는 남녀 캐릭터가 주 모델로 등장한다. 60년대 고급 승용차를 타며 취미로 스키를 즐기는 것은 부유층에게만 가능한 일이었다.

‘베스타나볼’을 출시한 한일약품은 80~90년대 종합 감기약 ‘화이투벤’을 출시하며 큰 인기를 얻었지만 재정 악화로 2006년 CJ헬스케어에 인수합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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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동영상 광고정보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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