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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률 감독 “박해일은 귀신 같은 배우…노 개런티 출연 고마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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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경주’ 스틸컷]

 
“박해일은 귀신같은 배우. 귀신같지 않나요?”

배우 박해일을 향한 장률 감독(52)의 애정이 참 대단했다. 그는 영화 ‘경주’를 찍기 전 박해일의 작품을 두 개 정도 봤다고 말했다. 장률 감독은 그동안 주로 중국에서 영화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한국 배우들을 잘 모른다. ‘경주’에 출연하는 신민아도 광고만 보고 즉흥적으로 캐스팅했다. 하지만 박해일은 달랐다.

장 감독은 “박해일은 귀신 같은 배우다. 어떤 캐릭터를 줘도 다 잘 소화해 낸다. 자기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이 가능한 배우인 것 같다. 박해일이 ‘다음에 전주에서 영화를 찍자’고 말했는데, 정말 다시 박해일과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신민아도 좋은 배우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신민아는 이국적인 외모와 달리 옛날 노래를 좋아하고 성격도 털털하다. 영화 속 캐릭터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캐스팅이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경주’는 장 감독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든 영화다. 1995년 30대 초반이던 그는 지인들과 함께 경주를 방문했다. 평소 차를 즐겨 마시는 장 감독은 경주의 한 찻집을 방문하게 됐고, 거기서 만난 찻집 주인과 벽에 걸려 있던 춘화가 인상 깊어 영화를 만들게 됐다. 영화 박해일은 베이징대 교수 최현 역을 맡았으며, 신민아는 경주 찻집 주인 공윤희 역을 맡았다.

장 감독은 자신의 정서, 생각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았다. 장 감독은 “나이가 50이 되니까 죽음이 많이 찾아왔다. 죽음이 싫은데 자꾸 찾아오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보통 사람들은 무덤을 싫어하지 않나. 그런데 경주에는 능이 참 많다. 경주에 가보니까 사람들이 능 옆에서 술판을 벌이기도 하더라. 그게 참 신기했다. 그래서 그렇게 신기하고 이상한 기분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

영화 ‘경주’의 촬영기간은 한 달 이었다. 장 감독은 “영화를 오래 찍을 수 없다. 다 돈이기 때문에…”라고 웃으며 말했다. 배우 신민아와 박해일도 돈을 받지 않고 영화를 찍었다. 장 감독은 “사실 그 친구들 돈 안 받고 영화를 찍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빚진 것이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닌데…내가 비빔밥을 좋아해서 촬영하는 내내 비빔밥만 먹였다.(웃음)”고 말했다.

장 감독은 배우 신민아와 박해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장 감독은 “난 이제 너무 잘 안다. 영화가 잘되면 배우 덕분이고, 영화가 홍행하지 못하면 내 잘못인 거다. 신민아와 박해일이 없었다면 영화 ‘경주’도 없었을 것이다. 신민아와 박해일이 내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출연하겠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영화 홍보를 마치고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장 감독은 “다음 작품 계획은 아직 없다. 내가 즉흥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스타일이라. 다음 작품이 언제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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