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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15년 만에 노조 지위 박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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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99년 합법화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15년 만에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상실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19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뒤 서울행정법원을 나오고 있다. [뉴스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창립 2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19일 법원이 해직 교사에게 조합원 지위를 부여하는 전교조 규약이 법에 어긋난다며 ‘노조 아님’(법외노조)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5만3000여 명으로 추정되는 전교조 조합원 중 해직자는 9명이다. 1999년 합법화 이후 15년 만에 법적 노조의 지위를 잃게 된 전교조는 즉각 항소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며 반발했다. 교육부는 이날 전교조 전임자 학교 복직 등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교조 출신 8명을 포함한 13명의 진보교육감들은 후속조치 이행을 거부할 태세여서 향후 교육부와 충돌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이날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고용부는 해직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는 규약이 교원노조법에 어긋나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전교조가 세 차례 거부하자 지난해 10월 법외노조를 통보했다. 전교조는 이에 반발해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날 패소했다.

 전교조 측은 “항소와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교원노조법에 해직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독소조항이 있는 한 법원의 판단에만 기댈 수 없으므로 교원노조법 개정 투쟁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 스스로 행정부의 시녀임을 고백했다”며 “김정훈 위원장이 하고 있는 단식 농성을 시·도지부장으로 확대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사퇴 등을 포함한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21일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전교조 활동은 위축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당장 전교조 전임자 72명에 대한 휴직 허가를 취소하고 다음 달 3일까지 복직하도록 명령할 것을 시·도교육청에 요청했다. 복직하지 않으면 직권 면직되거나 징계에 처해질 수 있다. 전교조에 지원한 사무실에서 퇴거시키거나 사무실 임대료를 반환받도록 했다.

 교육부는 23일 시·도교육청 교육국장회의를 소집해 후속조치 이행을 독려하기로 했다. 진보교육감 취임(7월 1일) 이전에 각 교육청이 복직명령 등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의 후속조치를 거부하려는 진보교육감 당선자는 취임 후 이미 내려진 조치를 번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그럼에도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인 김병우 충북교육감 당선자는 “정부의 법외노조화는 정치적 공작”이라며 “전임자 복귀 등 행정처분은 최종 판결까지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이 조치 이행을 거부하면 교육부가 이행명령에 이어 고발하는 등 마찰이 일 수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이 계속되면 학교 현장의 혼란도 우려된다. 정진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선거로 뽑힌 전교조 출신 교육감들이 정부 요청을 거부하고 전교조 교사들이 장외집회를 여는 등 교육계가 극도의 갈등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수혁 한국중등교장협의회장은 “전교조 교사들이 연가 투쟁에 나서기라도 하면 학생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성탁·박민제·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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