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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다 많은 TK표 잡아라 … 김무성·서청원 '원박'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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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무성 의원(왼쪽)이 첫 지방 순회 일정으로 19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경쟁자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정당의 책임대표가 되겠다”며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뉴스1]

새누리당 7·14 대표 경선 후보들이 대구·경북(TK) 공략을 시작했다. TK는 새누리당의 근거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대구)이기도 하다. 김무성 의원은 19일 지방순회 첫 일정으로 대구를 찾았다. 그는 서문시장을 방문해 “전국적인 선거를 할 때 서문시장의 결재를 받아야 성공한다는 얘기가 있다. 영광스럽다”며 운을 뗐다. 이어 영남권 신공항 입지 문제로 대구와 부산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김 의원은 부산 영도가 지역구다.

 “지난 지방선거 중에 부산 가덕도에서 중앙선대위를 개최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유승민 의원이 내게 굉장히 항의했다. 입지는 5개 지역 자치단체장이 합의한 대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에서 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날 대구에서 하루 머문 김 의원은 이튿날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할 계획이다. 첫 순회지로 TK를 택한 것에 대해 김 의원 측 허숭 대변인은 “김 의원이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탈박(脫朴)·비박(非朴) 프레임은 잘못된 것이고, 김 의원이야말로 박근혜 정권을 만든 원조 친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청원 의원도 향후 TK 공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윤승모 공보특보는 “캠프 내에 TK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다음 주 본격적으로 지방 일정을 시작할 때 이를 반영해 일정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 측은 경선 주자인 홍문종 의원과 ‘경선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지역이 겹치는 경기와 TK에서 1·2번 표를 나눠 갖겠다는 전략이다. 1인 2표제로 진행되는 대표 경선의 특성상 후보 간 연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세가 큰 TK에서 서 의원과 홍 의원은 ‘박근혜 지킴이’를 강조해 친박표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홍 의원도 이날 첫 지방 일정으로 TK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두 사람이 지난 대선 때부터 호흡을 맞춰 같이 활동해온 만큼 경선 레이스에서도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 측도 1인 2표제를 염두에 두고 연대전략을 짜는 데 고심하고 있다. 아직 언제, 누구와, 어떤 형태로 연대할지는 미지수다. 캠프 관계자는 “과거와 결별하고 국민·대통령·당원에게 힘이 될 수 있는 후보라는 컨셉트에 맞는 인물이 전략적 제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무력감에 빠져 있는 의원들이 ‘당이 바뀌었구나’라고 느낄 얼굴들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김태호 의원이나 김영우 의원과의 연대를 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현재까지 유일한 여성 후보로 최고위원 당선이 유력한 김을동 의원이 최근 김 의원 측이 주최한 만찬에 참여한 점도 주목된다.

 충남이 기반인 이인제 의원은 이날 대전을 방문하는 것으로 지방 순회 일정을 시작했다. 이 의원도 TK의 무게감에 주목하며, 이른바 ‘충청-TK 연대론’을 주장할 계획이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26일과 27일 TK를 찾아 바닥을 훑을 것”이라며 “충청이 기반인 이 의원이 대표가 돼야 다음 총선에서도 1당의 지위를 유지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로 TK 당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의 투표권을 갖는 전체 책임당원 15만2000여 명 가운데 TK 지역 책임당원은 3만여 명이다. 서울(2만여 명)과 부산·경남(2만6000여 명)보다 많다. “TK 민심을 얻어야 당의 진정한 리더가 된다”는 인식도 있다. TK 지역에선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 등 5명의 대통령이 나왔다.

그럼에도 이번 경선 후보 중에는 TK 출신이 없다. TK 출신 최경환 의원은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됐고, 유승민 의원도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며 주변의 출마 권유를 뿌리쳤다. 이 때문에 당원들의 ‘자유 투표’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상황이다. 당권주자들이 TK로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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