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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웠는데 큰 울림 … 일렉트로 팝 밴드의 조용한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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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3인조 신인 밴드 ‘피네(fine)’멤버들. 왼쪽부터 박지섭·조정빈·임은철.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3인조 신인 밴드 피네(fine)가 귀에 들어온 건 역설적이게도 음악의 여백 때문이었다. 최근 일렉트로닉 팝 밴드가 셀 수 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처럼 소리를 비우는 데 공을 들이는 경우는 없었다. 최근 발표한 정규 1집 ‘서로의 도시’는 미니멀한 음악적 구성에 서정적 멜로디가 돋보인다. 더 화려하게 만들고 싶은 유혹도 있었을 텐데 왜 비우는 쪽을 택했을까. 밴드의 모든 곡을 만드는 임은철(23·신시사이저)은 이렇게 말한다.

 “원래 클래식 작곡을 배웠어요. 악기가 많은 것에 익숙하죠. 그런데 악기를 많이 쓰다 보면 좋은 멜로디가 아닌데 본인이 취해 좋은 것처럼 들려요. 그래서 피네는 최소한의 것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유재하·김광석도 사운드가 좋다기보다 멜로디의 힘으로 명곡이 된 거잖아요.”

 피네의 음악은 자극적으로 귀를 잡아채지 않는다. 되려 잡으려해도 끝내 잡히지 않아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1집을 관통하는 타이틀곡 ‘서울’은 인적이 드문 도시의 밤거리를 유유히 걷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막 고독이 무엇인지 알게 된 청춘의 눈물같기도 하다. 절정에서 가장 극적인 침묵을 삽입한 ‘댄스’란 곡은 어떤가. 외로움을 팽창과 응축의 낙차로 세심하게 표현했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박지섭(27)은 “밤·도시·잠·관계·섹시함 같은 단어가 이번 앨범의 키워드였다. 각자의 도시에서 안온하거나 혹은 고독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베이스와 저음 보컬을 맡은 조정빈(24)까지 멤버 3명은 지난해 4월 EP ‘체리 블라섬’으로 데뷔했다. 음악 학원에서 알게 된 은철과 정빈이 먼저 밴드를 시작했고, 이후 지섭이 합류했다. 지난해 CJ문화재단의 신인 발굴 프로그램 ‘튠업’ 12기로 선정되면서 주목받았다. 이달 초엔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21일엔 서울 사운드홀릭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저희가 실험적인 팝 음악을 하고 있지만 실험적인 것도 결국 패턴화 될 수 있거든요. 다양한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해요. 일단은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서는 게 꿈이고요.(웃음)”

김효은 기자 hyoeun@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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