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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의 커쇼, 동료 실책 감싸고 노히트노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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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아내 엘렌과 포옹하는 커쇼. [로스앤젤레스 AP=뉴시스]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에이스 투수 클레이턴 커쇼(26)는 7회 초 콜로라도의 코리 디커슨을 상대로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가 1루로 악송구를 뿌렸다. 6이닝 동안 이어진 퍼펙트게임(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야구 인생 최고의 기회를 놓쳤지만 커쇼는 라미레스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땅에 떨어진 모자를 주워 주며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커쇼는 이후 아홉 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처리하며 노히트노런(투수가 무안타·무실점으로 승리하는 것)을 달성했다. 커쇼는 19일(한국시간) 미국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전에서 28명의 타자 중 디커슨에게만 출루를 허용하며 8-0으로 이겼다. 커쇼의 개인 첫 노히트노런.

 퍼펙트게임에는 한 치 모자랐지만 커쇼의 피칭만은 퍼펙트 했다. 라미레스의 실책이 없었다면 메이저리그 24번째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 다저스에선 샌디 쿠펙스만이 1965년 9월 10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다.

 대기록이 깨지면 투수들은 크게 흔들리기 쉽다. 라미레스의 실책으로 무사 2루가 됐지만 커쇼는 동료를 오히려 격려했다. 위기를 잘 넘긴 커쇼는 투수로서 퍼펙트게임 다음의 대기록인 노히트노런에 성공했다. 볼넷이나 몸맞는공이 포함된 다른 노히트노런보다 순도가 훨씬 높았다. 동료의 실수를 감싸고 이룬 기록이어서 퍼펙트게임보다 품격이 더 높아 보였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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