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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서 이기려면 개방하라, 협력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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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셜리 위-추이
한국IBM 사장

최근 혁신은 산업 경계를 넘어 전파되면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IBM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41%는 향후 경쟁 위협이 타 산업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내부 역량만으로는 혁신이 불가능해진 시대가 됐다. 개방과 협력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 가치 기반의 조직 개방성과 인적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기업의 개방성은 창조성과 혁신의 증대, 고객만족 향상, 성과 개선 등 발전적인 잠재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개방에는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 엄격한 통제를 완화하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 강한 목표 의식을 갖고 신념을 공유하는 가치 기반의 조직문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직원들의 역량 강화도 필수다. 조사 결과, 실적 상위 기업은 실적 하위 기업 대비 조직 개방성과 개인 권한 부여 성향이 30% 더 높았다.

CEO들은 개방성이 확대된 조직에 필요한 직원의 자질로 협업(75%)·소통(67%)·창의성(61%)·유연성(61%)을 꼽았다.

 북미 6위의 캐나다 TD뱅크는 은행의 미래 성장을 위해 조직을 개방하고 성과를 이끌어냈다. 내부 소셜 플랫폼을 운영해 5만 명의 직원이 참여하고 31만 건의 사례를 공유했다. 특히 ‘고객이 잊지 못할 순간(Wow Moment)’을 전 임직원이 공유해 실천하면서 JD파워가 선정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인 건축자재 기업인 시멕스도 소셜 기반의 사내 협업을 강화해 비즈니스 성과를 이뤘다. 직원 95%가 참가하고 3000건의 사내 협업이 이뤄지면서 글로벌 브랜드 출시를 12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했다.

 외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혁신의 가속화도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대에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 다종 산업 간, 나아가 정부와 학계·업계를 잇는 생태계(에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IBM의 연구에서 혁신을 위해 외부 파트너십을 고려하는 경우가 2008년 응답 CEO의 절반에서 2012년 3분의 2로 증가했다. 실적 상위 기업은 실적 하위 기업 대비 파트너십을 맺는 경향이 28% 더 높았다. 개방이 혁신을 창출한다는 점은 실적상위 기업이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할 확률이 48%, 신규 업종 개발 비율이 94% 더 높다는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최근에는 고객이 주도하는 파트너십이 주목받고 있다. 어린이 블록완구 레고의 신제품 ‘엑소 수트’는 고객이 만들었다. 고객이 ‘레고 큐소’라는 사이트에 올린 새로운 아이디어가 1만 건 이상 추천을 받으면 레고에서 검토해 상품화하는 방식이다. 정식 세트로 출시되면 매출의 1%는 아이디어를 낸 고객에게 돌아간다.

IBM 역시 핵심 기술인 인지컴퓨팅 기반의 왓슨 API를 공개했다. 공개 이후 2만5000여 명의 개발자가 등록했으며, 500개 이상의 주제에 대한 전문가 토론의 장도 마련됐다. IBM은 이 분야에 1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집단지성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의 발굴도 필요하다. 집단지성은 협력 기반의 지능 네트워크로, 개개인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한다. IBM 이노베이션잼은 직원·고객·협력사뿐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 학계, 언론, 애널리스트 등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집단지성 플랫폼이다. 15만 명이 참여하여 지능형 건강관리 지불시스템, 3D 인터넷, 지점 없는 은행, 통합 대중교통 정보시스템 등과 같은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이 중 5개 아이디어는 지속적인 투자로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연간 990억 달러의 협업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해당 기업의 혁신뿐 아니라 혁신을 주변으로 확장시켜 타 산업에서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나아가 기업과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셜리 위-추이 한국IBM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