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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김명수 후보자 지명 다시 생각해 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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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연구 윤리 의혹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김 후보자가 제자의 석사논문을 축약해 교내 학술지에 자신을 제1저자로 올려 발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된 연구 윤리 문제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본지 확인 결과 한국교원대 교내 학술지 ‘교육과학연구’에 2001년 이후 제출된 김 후보자의 논문 10편 중 7편이 제자들의 논문과 제목이 일치했다. 이는 단순 표절을 넘어 무임승차를 통한 업적 부풀리기로 중대한 윤리적 결함에 해당한다. 실제로 학계에서 이런 무임승차는 때때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도 이뤄져 왔다. 연구 업적이 곧 대학교수의 임용·재임용·승진·승급 시 평가 기준인 데다 연구비를 확보하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이 같은 무임승차를 ‘제자들이 원해서’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교내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교수 자신의 연구 업적 인정에만 도움이 될 뿐 학생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 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학진 등재지에 논문을 게재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진 등재지가 아닌 교내 학술지에는 논문을 발표해봐야 아무 이득이 없다. 따라서 교수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학생들을 이용했다고 해도 반박하기 어렵다.

 총리는 인사청문회 후 인준 표결을 거쳐야 하지만 부총리와 장관은 국회에서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임명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 후보자의 자격에 대해 청와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학자의 연구 윤리는 연구의 진정성 확보뿐 아니라 학자의 양심과 명예에 관련된 문제다. 학자적 양심과 명예를 경시하는 학자는 펜을 구부려 세상을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한데 김 후보자의 경우 지금까지 제기된 연구 윤리 문제만으로도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김 후보자가 사회의 통합과 교육 행정 관리, 연구 윤리 함양을 담당해야 할 공직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