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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백두산 물' 에 꽂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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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백두산 화산 암반수로 만든 백산수. [사진 농심]

농심이 1964년 회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2000억원을 백두산 생수 개발에 투자한다. 최근 급증하는 국내 수요를 맞추는 것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서기 위해서다.

 농심은 18일(현지시간)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에 있는 백두산 자락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에서 농심 백산수 신공장 기공식을 했다. 박준 농심 대표는 기공식에서 “날로 치열해지는 백두산 생수 개발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신공장을 건설하게 됐다”며 “백산수를 백두산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공장은 향후 한 해 200만t까지 생산규모를 즉각 증설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공장의 연 생산 규모는 25만t이다. 내년 9월부터는 기존 공장과 합쳐 연간 125만t의 백산수를 생산·판매한다.

 농심이 백산수 공장 투자에 나선 것은 최근 백두산 물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이 백산수 판매를 시작하자 중국의 대형 생수 업체인 ‘농푸산촨(農夫山泉)·와하하(娃哈哈)·캉스푸(康師傅)가 백두산 생수 개발·판매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백두산 생수 헝다빙촨(恒大<51B0>泉)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생수 시장에 뛰어든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 기업인 헝다(恒大)그룹은 지난달 20일 영국·러시아·독일 등 유럽 13개국 43개 판매상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헝다는 “헝다빙촨을 전 세계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생수로 키우겠다”고 호언했다. 농심 백산수 신공장 옆에 대규모 새 공장을 짓고 있는데, 앞으로 연간 1000만t까지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백두산 화산 암반수는 20여 종의 천연 미네랄을 함유, 맛과 품질이 뛰어나 러시아 코카서스, 스위스 알프스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 수원지로 평가받는다. 농심은 2003년부터 좋은 수원지를 찾기 위해 울릉도를 비롯, 프랑스·하와이의 화산지대까지 살펴본 끝에 백두산을 골랐다. 생수를 생산하는 중국 회사를 500억원에 인수해 2010년부터 백산수를 생산해왔다. 중국 시장에서만 판매하다 2012년 말부터 국내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취수권은 70년간 확보돼 있다.

 농심 신공장은 30만㎡(약 9만 평) 부지에 연면적 8만4000㎡(약 2만5000평)로 설계와 설비를 최고 수준으로 맞췄다. 원수를 병에 담는 보틀링 설비는 세계 최고의 음료 설비회사인 독일의 크로네스에서 들여온다. 설계는 청와대 본관·춘추관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등을 설계한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가 맡아 백두산 산세와 천지의 맑은 물을 형상화했다.

 농심은 연매출 2조원이 넘는 국내 정상급 식품업체다. 하지만 다양한 제품을 여러 곳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식품업의 특성 때문에 한번에 수천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한 적이 없다. 이번에 회사 창립 이래 최대인 2000억원을 투자한 것은 농심 신춘호(82) 회장이 생수를 농심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여러 차례 “라면이 농심 50년 성장의 발판이 됐다면 새로운 100년 발전의 원동력은 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농심은 생수를 중심으로 연관 분야로 사업을 확대, 글로벌 종합 식음료회사로 도약한다는 장기 비전을 내놨다. 늘어난 생산량을 바탕으로 신라면의 글로벌 유통망을 이용, 미국·일본·호주 등으로 백산수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 국립위생협회(NFS)와 미 식품의약국(FDA)의 먹는 물 관련 인증도 추진하고 있다. 박준 대표는 “백산수를 프랑스 에비앙에 대적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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