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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계획 아직 없다 … 월가 "생큐 옐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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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은 크지 않다”는 요지로 말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뉴시스]

메인 이벤트보다 뒤풀이가 더 주목받았다. 미국 주가와 국채 값은 18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보다 재닛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에 고무돼 강세를 보였다. 이날 FOMC는 긴장 속에 열렸다. 하루 전 발표된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2%)보다 높은 2.1% 상승했다. 주가 등 자산가격을 두고 거품 논란도 일고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은 “Fed가 어쩌면 인플레 리스크와 자산거품 증상에 반응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월가 주변에 퍼져 있다”고 전할 정도였다. 게다가 스탠리 피셔 등 2명이 상원 인준을 받고 처음 FOMC에 참여했다. 두 사람의 참여가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기도 했다.

 그러나 FOMC 회의 직후 발표된 성명은 시장의 방향 설정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전 회의(4월) 성명서와 대동소이했다. 예상대로 양적완화(QE) 규모를 7월부터 100억 달러 줄인 350억 달러로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0~0.25%)에서 동결했다. 더욱이 지난해까지 간간이 표출된 불협화음도 이번엔 드러나지 않았다. FOMC 멤버들은 이날 만장일치로 QE 축소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그러나 오히려 성명서 발표 직후 시장의 긴장감은 증폭됐다. Fed가 참고자료로 내놓은 이사와 지역 준비은행 총재 1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탓이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이 2015년 말 기준금리가 1~1.75% 사이 일 것으로 봤다. 올 3월 조사에선 다수가 본 내년 말 기준금리가 1~1.5% 사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Fed가 현재 제로금리를 1~1.7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선 내년에 아주 빠르고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이런 예측만으로도 시장이 긴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개장 이후 약세를 보이던 뉴욕 증시가 장 끝물에 가파르게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7%(14.99포인트) 올라 1956.98에 마감됐다. 역사상 최고치다. 무엇보다 통화정책 방향과 Fed 인사들의 발언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 국채 값이 올랐다. 1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시장금리)이 연 2.65%에서 2.58%로 떨어졌다.

 CNN머니는 “증시가 ‘생큐 옐런!’을 외쳤다”고 보도했다. 옐런이 뒤풀이(기자회견)에서 화끈한 말을 아끼지 않아서다. 그는 “Fed 설문조사 결과의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며 “그 결과에 지나치게 반응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Fed는 필요할 때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따로 정해진 인상 공식은 없다”고 덧붙였다.

 옐런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우려도 불식시켰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조금 높게 나왔다”며 “하지만 그 수치엔 잡음(일시적 요인이 낳은 출렁거림)이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5월 CPI는 예상(2%)보다 높은 2.1%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캘리포니아주 감세 혜택 만료 등 일회성 요인이 작용한 탓으로 풀이됐다. 옐런은 또 다른 불안요인도 제거했다. 바로 주가 거품론이다. 금융위기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주가가 급등하면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요즘 월가에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FOMC 멤버들이 주가와 실적을 견줘 보고 과거 흐름을 꼼꼼하게 살펴봤다”며 “주가가 정상 기준에서 대체로 벗어났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경영 전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옐런이 자신의 성향(인플레 억제보다 일자리 중시)에 대한 시장의 지금까지 판단이 정확하다는 점을 재확인해 줬다”며 “이는 Fed 정책에 대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한결 높여 준 것”이라고 평했다. 시장이 옐런의 Fed에 대해 좀 더 감을 잡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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