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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쥐' 덫에 걸린 한국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김영권(왼쪽)이 쥐가 난 홍정호의 다리를 마사지하고 있다. [쿠이아바 로이터=뉴스1]

홍명보 감독은 러시아와의 브라질 월드컵 H조 1차전에서 ‘70분 이후’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러시아는 유럽예선 F조 10경기(7승1무2패·1위)에서 20골을 넣고 5골만 내줬다. 이 중 3실점이 후반 30분 이후에 나왔다. 개막 직전 치른 슬로바키아(1-0), 노르웨이(1-1), 모로코(2-0)와 평가전에서도 막판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다. 노르웨이전에서도 후반 32분 동점골을 내줬다.

 홍 감독은 후반 30분 이후를 러시아전 ‘골든타임’으로 봤다. 이 시간대에 몰아치려면 강한 체력이 필수다. 대표팀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와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기간 내내 체력 훈련에 많은 공을 들인 배경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먼저 체력이 떨어진 쪽은 한국이었다.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와 구자철(25·마인츠), 한국영(24·가시와)이 잇따라 근육 경련으로 쓰러졌다. 반면 러시아 선수들은 쌩쌩했다.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뛴 거리에서 러시아는 113.809㎞로 108.129㎞의 한국을 압도했다. 경기 후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민첩했고 빨랐고 압박도 좋았다. 하지만 오늘 3명이 다리에 쥐가 났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꼬집었다.

 한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거두며 선전했다. 하지만 스코어를 떠나 후반 막판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작전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홍명보호의 체력 담당은 일본인 이케다 세이고(54) 피지컬 코치 영역이다. 홍 감독은 컨디션 관리는 전적으로 이케다 코치에게 맡긴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 8강,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홍 감독과 함께 이룬 이케다 코치의 실력을 믿는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영 효과를 못 보고 있다.

대표팀의 체력 관리 프로그램은 철저히 비공개다. 이런 상황에서 체력 관리에 실패했다고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대 이하인 것만은 분명하다. 마이애미 전지훈련 당시 선수단의 컨디션이 크게 떨어져 하루 훈련을 쉰 적도 있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 맞춰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시나리오에 문제가 생긴 것만은 틀림없다.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킥오프 당시 쿠이아바 경기장의 기온은 26도, 습도는 70%였다. 예상만큼 무덥지 않았지만 습도가 높았다. 본지 해설위원인 나영무 솔병원 원장은 “근육 경련의 가장 큰 원인은 탈수다. 습도와 관계가 깊다. 또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이 느낀 체감온도는 더 높았을 것이다”고 외부 요인을 들었다. 그러나 러시아 선수들도 똑같은 조건이었다. 과도한 긴장이 원인일 수 있다. 나 원장은 “긴장을 많이 하면 에너지 소모가 빨리 온다. 최근 평가전 성적이 안 좋고 월드컵에 처음 나온 선수들이 많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요한 것은 향후 대책이다. 90분 격전 후 선수들 몸에서는 2~3L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떨어진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나원장은 “온탕·냉탕을 오가며 피로를 풀고 지난 경기는 다 잊고 푹 쉬어야 한다. 탄수화물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필수다”고 조언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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