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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소득 과세 여부가 풍향계 … "금융규제 완화 효과는 제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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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는 최근 재건축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거래는 뜸하다.

올 초 주택시장은 취득세 영구 인하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등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주택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모두 호조세를 보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려던 주택시장은 정부가 2월 26일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 선진화방안’을 내놓으면서 다시 위축되기 시작했다. 세금 부담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에 투자자들을 관망세로 돌아섰고, 시장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후 이 같은 분위기는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 실제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044건으로 4월 8536건 대비 29% 급감했다. 3월 거래량 9485건과 비교하면 감소 폭(-36%)은 더 커진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렉슬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형은 올해 초 11억5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3월 이후 거래가 끊겼고, 현재 11억원 이하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10억9000만원에 계약됐던 강남구 대치동 아이파크 84㎡형 역시 거래가 없고 호가(부르는 값)는 10억원까지 내렸다.

문제는 하반기다. 정부 과세 방침을 상쇄할 만한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위축된 시장 분위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의 최일선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닥터아파트가 전국 285곳의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8곳이 하반기 주택시장이 상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새누리당이 서둘러 당정 협의(지난 13일)을 열고 임대소득 분리과세 등 ‘임대소득 과제 수정안’을 논의 중이다. 분리과세 적용 대상을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다주택자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비과세 기간도 2016년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2·26 대책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금융규제의 완화나 폐지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처음부터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몰라도 과세한다는 말을 한 이상 어떤 보완 대책이 나와도 시장의 심리가 살아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과세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이상 전면 철회가 아니면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가 내놓은 금융규제 완화 역시 불씨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위기다.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 미래공인 김상진 사장은 “그동안 정부의 주택정책이 계속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단순 발표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며 “DTI·LTV도 물론 중요하지만 세금에서 발생한 문제를 금융으로 푼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겨 금융규제 완화 자체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주택시장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하반기 재개발·재건축 시장 역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재건축 시장은 서울 강남·강동권을 중심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는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남구 개포동 동명공인 이형관 사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갖고 있거나 잠재 수요 상당수는 다주택자”라며 “이 때문에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재건축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호가 움직임만 봐도 그렇다. 한 부동산정보회사가 2·26 대책 이후 4월 22일까지 약 2개월 간 강남 3개 구(강남·서초·송파구)와 강동구의 재건축 아파트 값 변동률 조사 결과 1.95%가 떨어졌다.

이는 2·26 대책이 발표되기 이전 2개월 간(1~2월) 2.62%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신한은행 이남수 팀장은 “보유하고 있는 다른 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의 임대소득 노출을 꺼리는 다주택자들의 경계심리가 재건축 거래 위축을 불러온 것”이라며 “기존 주택시장이나 재건축·재개발 시장 모두 얼어 붙은 투자 심리를 녹이지 않으면 정상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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