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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아동의 해」에 할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9년 새해 벽두에 우선 생각나는 것은 금년이 『세계아동의 해』 라는 것이다.
지난 연말에도 본난은 이미 이 점에 관해 서론적인 주의를 환기해둔바가 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어린이 인구의 총수는 약 16억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의 절대다수인 3분의2는대개가 다 제3세계의 어린이들이다.
이들은 모두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고성장시대· 상품화시대· 폭력난무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거치른 상황속에서 어린이들은 양육·교육·정서·복지등 여러분야에 걸쳐 충분한 보살핌을 제대로받지 못한채 살고 있다.
모든 시책의 역점이「크고 거창한」정치·경제·군사문제에 집중되고 있는 현대에서 어린이들의 복지문제나 모자보건의 문제등이 압도적으로 큰 공공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라할지모른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의 관심은 여기에 쏠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일부 불건전한 측면이 아동문화생활의 핵심에까지 침윤하고있는 오늘날, 어린이의 천사같은 본심은 과연 얼마나 잘 보호받고 있는가.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을 배타적이고 냉혹무비한 「엘리트」 로만 주조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착하고 정의로운「공동체의 형제자매」 로 훈련시키고 있는가.
아니 한 마디로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라는 어엿한 인격을 대등한 인격으로 존중하고 있는가, 아니면 인격이전의 「유치한 존재」 로 치부하고있는가.
이런 여러가지 물음에대해 모든 어른들은 관민과 스승·학부모를 막론하고 심각한 자성이 있어야만 하겠다.
79년 「세계 아동의 해」 는 바로 그런 자성과 재점검의 계기로 활용돼야하며, 모자보건· 교육기조·아동문학·아동복지에 관한 가정·사회·행정의 시책개선이 함께 실천돼야 하겠다.
어른들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어린이를 무자비하게 배신하는 어른들이 의외로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우선주목해야 한다.
어린이가 즐겨 사먹는 번데기에 치사성농약을 뿌려 파는 어른들, 한번굴리고 나면 금방 망가지고마는 엉터리 강난감을 만들어 파는 어른들, 자녀들 한테는 공부잘해라, 착한아이 되라고 다그치면서도 자기들만은 별별 수치스러운 짓을 다하고 돌아다니는 어른들, 어린이용 만화나 영화에 「꿈과 아름다운얘기」보다는 「폭력숭배와 정복사상」 을 심어주는 어른들.
그뿐인가. 거리나 교통시설· 유흥장·공공장소·문화행사에 어린이를 특별주연으로 우대하는 보호조치도 언제한번 제대로 완비된 적이 있었던가.
1, 2차세계대전에서 냉전시대와 핵시대로 접어들어오는 동안 가강 큰피해를 본 당사자는 바로 어린이들이다. 어린이에게 피해를 준다는것은 곧 어른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요 세계와 인류의 미래를 그르치는 행위다.
인류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모든 어른들은 어린이 인권존중을 공사시책의 가강 중요한 과제로 격상시켜야만 할때다.
그러기 위해 가강 시급한 일은「살벌하지 않은 세계」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일이요, 「무서운 어른들」의 「무서운 마음」 을 시정하는 일이며, 교육투자를 늘리는 일이다. 여기엔 사회의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는 심신 장애아와 버림받은 고아,가출청소년의 문제도 반드시 함께 고려돼야함은 물론이다. 모처럼 맞는 「세계어린이 해」 의 행사가 단순한 「행사」로 그쳐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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