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천 생태복원에 콘크리트 구조물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17일 전북 전주 삼천 상류에 굴착기들이 멈춰서 있다. ‘여울형 낙차공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환경단체의 반발로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권철암 기자]

17일 전북 전주시 삼천동 인근의 삼천(三川) 상류. 가로 100m, 세로 1m의 콘크리트 보(潽)가 하천의 물길을 가로막고 있다. 30m가량 아래쪽에도 세로 0.8m의 보가 설치돼 있다. 콘크리트로 완만한 경사를 만들고 그 구조물 위에 돌·바위 등으로 여울형 하천을 만들기 위한 공사다. 하지만 현장은 대형 굴착기 2대만 서 있고 인부들은 보이지 않았다.

 전주시를 가로지르는 삼천을 생태형 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놓고 환경 훼손과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사업은 기존 하천보를 철거하고 친환경 여울형 낙차공을 설치하는 공사. 전주시는 2012년 7월 삼천의 2개 취수보를 철거하고 반딧불이와 수달 서식처를 복원하는 ‘삼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공사는 국비·지방비 등 280억원을 투입해 2016년 12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철거 대상인 이수보·삼천취수보는 용도 폐기 대상이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든 이수보는 효자동이 10여 년 전 신시가지로 바뀌면서 활용 가치가 없어졌다. 삼천취수보는 전주시민 상수원이 용담호로 바뀌면서 필요 없는 구조물로 분류됐다.

 이에 시는 2개의 보를 철거키로 했다. 지난해 10월 환경협의회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삼천취수보 자리에 친환경적인 ‘여울형 낙차공’을 설치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침식 현상에 따른 인근 다리의 안전상 이유로 삼천취수보 자리에 낙차공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낙차공은 상·하류에 1.0~0.8m의 완만한 경사를 형성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그 위에 돌을 깔아 물이 흐르면서 산소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그러자 ‘전북녹색연합’은 “삼천취수보 자리에 다시 보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며 환경 변화에 대한 분석을 환경부에 의뢰했다. 환경부는 전주시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했고 시는 재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12년 낙차공을 설치했을 때 0.50~0.99m의 하상저하(하천 바닥 침식 현상)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고 완전 철거 시 0.50~0.74m로 줄어든다는 점을 확인했다. 예산을 투입한 낙차공 설치 시 보 완전 철거 때보다 침식 현상이 거꾸로 0.25m 더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시는 “낙차공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삼천교(취수보와 200m 거리)에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낙차공 설치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10%쯤 진행됐다.

  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은 “현재 계획대로 공사를 완료하면 퇴적물 침식에 따른 삼천의 수질 악화, 어류 이동 제한 등 환경 악화는 물론 교량 안전성 확보에도 문제가 될 것”며 “사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김성문 하천관리담당은 “공사 시작 전 환경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환경협의회를 열어 2개 보를 철거하고, 삼천취수보 자리에는 낙차공을 설치하기로 협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절차상 하자가 없는 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제기된 만큼 전문가 조언을 받아 공사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철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