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대학 합격생의 에세이 쓰는 비법…학교가 원하는 인재임을 강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중·고교 때 한 활동의 연결고리를 찾아 나를 보여줄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했어요. 생활 속에서 실천한 문제 해결 능력으로 전공과의 연관성을 보여줬죠.” 조성호 (카네기멜론대 정보시스템학과·사진 왼쪽) “경제에 대한 나의 확고한 신념을 높게 평가해 줄 대학에 지원했어요. 이를 위해 이 대학에 입학해야만 하는 이유를 강조한 것이 진정성을 인정받았어요.” 피은호 (칼튼대 경제학과·사진 오른쪽)

국내든 외국이든 대학 입학시험에 지원할 때 빠지지 않는 자료가 자기소개서다. 다른 서류에는 나타나지 않은 지원자의 특장점과 잠재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올해처럼 전형이

간소화된 국내 대학 수시모집에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교 생활 전반에 걸친 구체적인 활동과 경험을 통해 장점과 잠재력을 담아내야

좋은 자기소개서가 된다고 입시 전문가는 얘기한다. 사례를 통해 합격 문을 여는 국내외 대학 자기소개서 작성 비법을 소개한다.

가을에 미국의 카네기멜론대 정보시스템학과와 칼튼대 경제학과 신입생이 될 조성호(19)군과 피은호(19)군. 이들은 목표 대학에 대한 연구와 치밀한 사전 준비를 바탕으로 에세이에서 차별성을 보여줬던 점이 합격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들의 지원서에는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움직인 서로 다른 전략이 숨어 있다.

인간적인 엔지니어 꿈을 스토리텔링으로 제시

조군은 철저한 사전 설계 과정을 통해 원서의 방향과 윤곽을 잡았다. 목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선배, 진학상담 교사와 수시로 만나 학교 분위기, 수업환경, 단과대가 원하는 학생상 등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수집했다.

이어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는 활동과 이력을 나열한 뒤 ‘프로그래밍이나 엔지니어링을 통해 사회를 돕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신과 결부시켜 ‘인간적인 엔지니어’란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조군은 공통 원서 에세이에서 고2 때 기숙사 반장을 했던 경험을 들었다. 기숙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여겨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 원인을 친구들과 인간적으로 소통하며 해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가 에세이에는 중1, 2 때 대학 영재교육원의 정보과학과에 다니며 배운 프로그래밍 관련 과제 수행 경험을 얘기하며 시스템 연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또한 방학 때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의 손수레에 브레이크를 몰래 달아드렸던 선행을 추가해 인간적인 엔지니어라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조군은 “학부 교육과정과 제 전공 적성이 명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나니 내 능력과 열정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었다”며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도록 여러 이력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해 일관되게 강조한 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서를 쓰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며 “목표 대학에 다니는 선배나 지인에게서 사전에 학교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조군의 공통 원서 에세이

▶기숙사 반장으로 공동생활 불편 해소 노력

11학년(고2) 때 기숙사 반장을 하면서 기숙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생각, 공동생활로 인해 반복되는 문제와 갈등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 저마다 다른 생각과 행동의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 따돌림 당했던 친구를 상담하고 도와주며, 따뜻한 모습으로 친구들과 교류하는 인간미와 리더십에 대해 강조.

조군의 ‘추가’ 원서 에세이

▶영재교육원에서 전공 관련 교육

지원한 전공이 컴퓨터공학과 정보시스템이어서 중1, 2 때 대학 영재교육원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운 경험을 소개. ‘엘리베이터 시뮬레이터’를 과제로 제작한 경험과 성과에 대해 설명하며 프로그래밍과 시스템 개발에 대한 열정 표현.

▶빙판길에서 할머니를 도운 경험

겨울방학 때 빙판길에서 손수레를 힘들게 끌던 할머니를 도운 선행을 서술. 당시 할머니의 집을 찾아가 손수레에 몰래 브레이크를 장착한 얘기를 통해 ‘휴머니즘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소신을 밝힘.

피군의 공통 원서 에세이

▶경제를 공부하는 신념과 동기가 된 경험

‘경제성장을 이루면 분배하는 몫도 커진다’는 경제 논리에 대해 무조건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개. 공격적인 경제성장은 국가의 부(국민총생산)를 늘리는 데 이바지할지 몰라도 한 개인의 생활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 그 대안으로 고사성어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을 인용해 실질적인 나눔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국가와 사회의 경제가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장. 이런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꿈과 소신을 표현. 미국에서는 통상 경제학을 전공하는 유학생에 대해 졸업 후 금융가에서 돈을 많이 벌려고 공부한다는 편견이 있음. 이를 깨기 위해 부의 불평등에 대해 아버지와의 토론, 각종 시위 참여 등의 일화를 소개.

전공 공부에 대한 과거·현재·미래 신념 강조

피군은 자기만의 소신을 강조하는 지원서를 썼다. 공통 원서의 에세이 주제를 ‘나에게 경제학이란 무엇인가’로 정하고 성장 배경과 경험, 학문에 대한 열정, 사회 정의에 대한 신념 등을 엮어 서술했다.

그는 ‘Make the pie bigger, then the slices will bigger(경제성장을 이루면 분배하는 몫도 커진다)’란 경제 논리를 인용한 뒤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이어 경제 발전의 지향점은 실질적인 나눔이 이뤄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이런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경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적었다.

이와 함께 경제 분석가인 아버지와 국제경제에 대해 논했던 경험, 사회 불평등 이슈에 관심이 많아 각종 시위와 서명운동에 참여했던 일화들을 예로 들며 진정성을 더했다.

또한 부의 불평등한 분배 문제에 대해 고사성어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뜻을 활용해 대안을 제시했다. 고사성어가 미국 입학사정관에겐 생소하지만 흥미로울 수 있어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피군은 “어릴 적 특별한 경험이나 성격 같은 나만의 특징을 뽑아내 에세이에 담으면 구체적이면서 진실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며 “최근 활동이나 특별한 이력에 집중하기보다 나의 과거·현재·미래를 거시적인 관점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소 여러 가지 기억이나 일화를 틈틈이 메모해두고 수상 실적, 비교과 활동, 시험 성적 등을 항목별로 꼼꼼히 정리해 뒀다 에세이를 쓸 때 활용했다”며 “에세이는 한 번에 끝내지 말고 여러 번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라”고 조언했다.

박정식 기자·이혜진 객원기자 , 사진=김현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