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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못 보는 국내 증시 … 해외 ETF에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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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6일 국내 주식시장에는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두 종목이 새로 상장됐다. 한국투신운용의 ‘킨덱스 일본레버리지 ETF’와 KB자산운용의 ‘케이스타 일본레버리지(H) ETF’다. 둘 다 일본 토픽스 지수 변동폭의 두 배를 추종한다.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ETF 중에선 처음 나온 레버리지 상품이다. 이날 일본 증시가 약세를 보였는데도 두 상품은 합쳐서 100억원 이상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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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몇 년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해외 주식투자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이정환 ETF운용팀장은 “국내 주식투자만으로는 기대수익률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자산배분 차원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투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보편적인 건 해외주식형 펀드에 돈을 맡기는 방법이다. 그러나 국내주식형에 비해 운용·판매보수가 비싸고 매니저의 능력에 따라선 벤치마크보다 못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이 직접 해외 종목에 투자하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건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도 2007년부터 해외ETF 상품이 등장했지만 그동안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ETF가 13종목에 불과했고 기초지수도 중국과 남미 정도가 고작이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시장은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미국 같은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초자산이 다양하고 거래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이 열리는 시간이 달라 시장 상황에 곧바로 대응하기 어렵고 환율 변동도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선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의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 거래소에 상장된 14개의 ETF 중 11개가 해외지수를 기초지수로 삼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12일 출시한 미국 산업재·금융·IT ETF 3종은 단숨에 해외ETF 일평균 거래량 상위 10개 종목 안에 들었다. 각각 S&P500 산업재지수·금융지수·기술지수를 따르는 상품으로 업종별로 세밀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최근 출시된 해외ETF는 대부분 합성형이다. 기존에 나온 실물형 ETF는 운용사가 주식이나 채권을 직접 사고팔아 기초자산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도록 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실물형 ETF라면 운용사가 삼성전자를 비롯해 150개 이상의 종목을 보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거래비용이 발생하고 추적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합성형은 파생상품을 활용해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기준지수와 거의 비슷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운용사가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고 보수가 싸다. 최근 출시된 합성형 해외ETF의 보수는 대부분 0.25%로 실물형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투신운용 김현빈 ETF전략팀장은 “국내 상장 해외ETF는 시차에 관계없이 각종 경제 이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ETF에 투자할 때는 기초자산이 무엇인지와 함께 세금문제를 잘 따져봐야 한다. 국내에 상장된 ETF는 수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를 내지만 해외에 상장된 ETF에 직접 투자할 때는 양도소득세 22%를 내야 한다. 세율로 보면 국내 상장 ETF가 나은 것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해외 상장 ETF는 1년마다 총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매긴다. 예를 들어 1월에 1000만원의 수익을 내고 10월에 700만원의 손해를 봤다면 과세대상 소득은 300만원이 된다는 뜻이다. 반면 국내 상장 ETF는 1000만원 전체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금융소득이 많은 고액자산가라면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내 상장 ETF에서 생긴 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만 해외 상장 ETF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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