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의 자연, 그 비밀] '발광'하는 녀석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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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9시 전북 무주군 적상면 삼가리 갈골마을.

 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빛을 받으며 전국에서 온 100여 명이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엄마·아빠의 손에 매달린 어린 아이도 있었고, 색다른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도 있었다. ‘무주 반딧불축제’(7~15일)의 ‘반딧불이 신비 탐사’에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반딧불이’란 곤충이 내는 빛이 ‘반딧불’이다.

 조용히 걷던 이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저기, 저기. 반딧불.” “어, 어, 이리 날아오네.”

 길 옆 수풀 속에서 반딧불이가 한 마리씩 혹은 서너 마리가 무리 지어 연초록 불을 깜빡거리며 이리저리 날았다. 이날 한 시간 남짓한 체험시간 동안 50여 마리의 반딧불이가 눈에 띄었다.

 이날 관찰한 것은 운문산반딧불이. 경북 운문산에서 발견돼 학계에 처음 보고됐다. 전 세계에는 2000여 종이 넘는 반딧불이가 있고, 국내에서는 애반딧불이·늦반딧불이 등 8종이 보고됐다.

 반딧불은 생물발광(生物發光·bioluminescence)의 하나다. 반딧불을 한자로 나타내면 ‘형광(螢光)’이지만 과학적으로는 형광(fluorescence)이 아니다. 형광은 외부의 빛을 쬐어야 나오지만 반딧불이는 루시페린(luciferin)이란 색소와 루시페라아제(luciferase)라는 효소 덕분에 스스로 배 마디에서 빛을 낸다.

 루시페라아제는 몸속에 축적된 에너지(ATP)와 산소(O2)를 사용, 루시페린을 산화시킨다. 처음에는 에너지가 많은 ‘들뜬 상태’의 산화루시페린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바닥 상태’로 떨어질 때 빛 에너지가 방출된다. 반딧불은 뜨겁지 않은 냉광(冷光)이다. 에너지의 80%가 빛으로 바뀐다. 백열전구가 뜨거운 것은 에너지의 95%를 열로 낭비하기 때문이다.

 반딧불이 외에도 비브리오속(屬)의 몇몇 세균이나 밤바다를 파란 불빛으로 물들이는 야광충(夜光蟲)도 생물발광을 한다. 버섯·오징어·달팽이 중에도 있다. 오징어나 심해 아귀는 발광세균 주머니가 있다. 세균은 빛을 내고 아귀는 세균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공생 관계다. 이들 생물은 짝을 찾기 위해 빛을 내기도 하지만 먹잇감을 유혹하기 위해, 혹은 적을 쫓아내기 위해 빛을 사용한다.

 무주군 자연해설사 임성순(52·여)씨는 “과거 흔해서 개똥벌레라고 불렸던 반딧불이가 보기 어려워져 안타깝다”고 말한다. 애벌레 시절 1급수의 맑은 물에 사는 다슬기를 먹고 사는 반딧불이에게 가장 큰 위협은 인공조명을 켜고 농약을 뿌려대는 사람이다. 여름밤 하늘을 수놓는 반딧불이 추억으로만 남지 않도록 보존에 좀 더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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