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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씨앗은 과거에서 찾아라” ‘방년 84세’ 작가의 제2 인생 레슨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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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호 26면

저자: 도몬 후유지 역자: 전선영 출판사: 청림출판 가격: 1만3000원

‘방년 84세’의 역사소설 작가 도몬 후유지는 자신의 말마따나 지금까지 일거리도 끊이지 않고, 색사(色事)는 젖혀두더라도 술이나 밥은 여전히 잘 넘어가는 데다, 의사에게 신세지는 일도 좀처럼 없는 행복한 사나이다. 그 행복의 이유를 그는 “운이 아닌 데서 찾는다면 배움을 잊지 않는 자세에 있다”고 답한다.

『공부하는 힘 살아가는 힘』

그가 전업작가로 나선 것은 도쿄도청 공무원 생활을 마친 52세 때부터였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틈틈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이미 젊은 시절부터다. 30년 남짓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그는 역사와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계속 ‘발효’시켜 왔고, 퇴직 이후 30년간은 그것을 새로운 삶의 ‘동력’으로 삼아 전진해 왔다. 이 책은 그가 어떻게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었는지 들려주는 지혜의 기록이다.

사실 고령화 사회가 시작되면서 누구라도 제2의 인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일을 해보고 싶어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뭘 해야 할까, 뭘 준비해야 할까, 뭘 더 배워야 할까’.

작가는 배움의 씨앗을 새로운 미지의 분야가 아니라 기지(旣知)의 분야에서 찾으라고 조언한다. 누구나 과거 속에 미래의 씨앗을 품고 있다면서. “사람은 누구나 그 나이까지 쓰인 한 권의 책이다. 자기가 쓴 책 속에서 다시 읽어볼 만한 부분이 반드시 한 가지는 있다. ‘이거다!’ 싶은 그 한 줄을 찾아내 반복해서 읽고 배움의 소재로 삼는다. 인생 후반기에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모색이 아니라 ‘지금까지’를 돌아보고 재검토하는 일이다.”

인생 후반기의 배움이란 “자격을 취득하거나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나 인간을 이해하는 깊이를 더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50세 이후의 공부에서는 덧대기보다 도려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관계도 ‘재고 조사’를 통해 확대가 아닌 축소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보다 질, 넓이보다 깊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상을 좁히는 대신 필요한 공부에는 집중력을 발휘한다.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시간을 내서 ‘결제’한다. 이런저런 일로 너무 바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그는 이렇게 일갈한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낼 마음이 없는 거겠지!”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책이나 인터넷으로 얻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살아 꿈틀거리는 이야기들이야말로 회춘의 비결이다. 그가 추천하는 방법은 쾌적하고, 비싸지 않으면서 맛있고, 사장님의 마음씨도 너그러운 카페를 서너 곳 골라 자신의 ‘사무실’로 삼는 것이다. 공개된 장소니까 옷도 최대한 맵시 있게 입어야 하니 자신에 대한 긴장감도 유지할 수 있다.

그의 신조는 ‘종신 현역, 평생 공부’다. “죽음을 맞는 날조차 ‘이제 다 됐다’며 칼을 칼집에 꽂지 않고 ‘아직 모자라다, 아직 서투르다’며 목숨의 마지막 한 토막까지 완전히 불태우고 싶다”는 그의 말은 삶의 순간순간이 비할 수 없이 소중한, 아직 살아 있는 인간의 분연한 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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