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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별별별 월드컵 스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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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는 32개국 736명이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축구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꿈의 무대’ 월드컵을 화려하게 수놓을 빅스타들은 화려한 개성만큼이나 다채로운 사연과 스토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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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왕=포르투갈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와 함께 축구 팬들 사이에서 ‘신계(神界)의 선수’라 불린다. 축구 실력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뛰어나다는 뜻이다. 호날두는 선행도 월드스타급이다. 지금까지 기부한 액수가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말리아·팔레스타인 어린이 돕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고 정기적인 헌혈을 위해 문신도 하지 않는다. 2010년에는 폭우가 몰아쳐 40여 명이 사망한 자신의 고향 마데이라섬에 15억원을 쾌척했다.

 지난 3월에도 호날두의 은밀한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영국 언론은 “생후 10개월 된 에릭 오티즈 크루스는 대뇌피질이형성증(뇌 영역에 있는 신경단위의 선천적 이상)을 앓고 있다. 호날두가 아이의 수술비를 대신 내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레알 마드리드 팬이기도 한 크루스의 부모는 6만 파운드(약 1억6000만원)가 넘는 치료비와 수술비를 감당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크루스의 이웃들이 발 벗고 나서 모금활동을 벌였는데 호날두가 이 소식을 듣고는 치료비 전액을 감당하기로 한 것이다. 호날두는 2012년에도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아홉 살 소아암 환자의 치료비를 전액 내준 적이 있다.

 코트디부아르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디디에 드로그바(36·갈라타사라이)도 ‘기부의 아이콘’이다. 지난 5월 터키 서부 소마 지역에서 광산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드로그바의 소속팀 갈라타사라이는 모금운동을 벌이고 자선경기 일정을 잡는 등 희생자들에 대한 지원활동을 벌였다. 드로그바는 따로 100만 유로(약 14억원)의 성금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분들께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일로 내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드로그바는 2009년 펩시 광고 출연료로 받은 약 54억원을 고향인 아비장의 종합병원 건립 기금으로 내놓았고, 국제연합개발계획(UNDP) 친선대사로 일하는 등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드로그바의 호소로 전쟁이 중단된 일화는 유명하다. 코트디부아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남부 정부군과 북부 반군 사이의 내전으로 쑥대밭이 됐다. 드로그바는 “조국이여. 일주일만이라도 전쟁을 멈춰 달라”며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거짓말처럼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됐다. 드로그바는 이 일로 ‘검은 예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메시는 ‘어린이들의 구호천사’로 불린다. 그는 메시 재단을 만들어 불우 아동들에게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메시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유니세프의 친선대사로 활동 중이다. 가나 미드필더 마이클 에시엔(32·AC밀란)도 자신의 이름을 딴 ‘마이클 에시엔 파운데이션(The Michael Essien Foundation)’을 설립해 7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고향인 아우투 브레쿠의 생활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왕고참=브라질 월드컵은 베테랑 스타들의 스완송(백조가 죽기 전 부르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 무대가 될 전망이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다. 클로제는 A매치 132경기에 출전해 69골을 터뜨린 골잡이다. 호쾌한 헤딩 슛을 작렬한 뒤 펼치는 공중제비 세리머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클로제는 월드컵과 인연이 깊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3개 대회 연속 개근해 14골을 기록했다. 이번이 통산 네 번째 월드컵 출전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클로제는 당당히 전차군단 독일의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 월드컵 유럽예선에서도 6경기를 풀타임 뛰며 4골을 넣었다. 클로제가 역대 월드컵 최다득점자 호나우두(38·은퇴)의 15골 기록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독일의 전력이나 클로제의 최근 컨디션으로 봤을 때 신기록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남아공 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 수상자인 우루과이의 레전드 디에고 포를란(35·세레소 오사카)도 브라질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각오다. 그는 A매치 108회 출전으로 이미 우루과이 대표팀에서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포를란은 남아공 월드컵의 영웅이었다. 5골을 터뜨리며 우루과이를 4위에 올려놓았다. 월드컵 4위를 차지한 국가에서 골든볼 수상자를 배출한 것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이었다. 포를란은 간판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나 에딘손 카바니(27·파리 생제르맹)의 백업요원으로 최종 명단에 뽑혔다. 그러나 수아레스가 무릎 연골 수술을 받고 막바지 재활 중이라 조별리그 출전이 불투명하다. 포를란에게 선발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도 있다.

 카메룬의 수퍼스타 사뮈엘 에토오(33·첼시)도 명예회복을 벼른다. 에토오는 카메룬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17세 나이에 카메룬 대표팀에 뽑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다. 당시 출전 선수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16년 전 막내였던 에토오는 이제 맏형이 돼 ‘불굴의 사자’ 카메룬을 이끈다. 브라질 무대를 밟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에토오는 지난해 9월 돌연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가 한 달 만에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폴 비야(81) 카메룬 대통령까지 나서 에토오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잉글랜드 ‘주장’ 스티븐 제라드(34·리버풀)와 ‘부주장’ 프랭크 램퍼드(36·첼시)도 마지막 질주를 준비 중이다. 제라드와 램퍼드에게 월드컵은 한으로 남아 있다. 둘은 잉글랜드 최고의 미드필더로 10년 이상 군림해 오면서도 유독 월드컵에서는 함께 뛰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는 공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램퍼드가 플레이 메이커로 나서 공격을 조율하고 제라드는 바로 뒤에서 수비에 좀 더 집중하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악동들=뛰어난 실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주체하지 못할 혈기와 성급함으로 팀까지 위기에 빠뜨린 악동들이 있다. 잉글랜드 웨인 루니(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우루과이 루이스 수아레스, 이탈리아 마리오 발로텔리(24·AC밀란)다. 공교롭게 이들이 모두 D조에 속해 조별리그부터 악동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루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통산 173골을 넣은 대표 공격수다. 그러나 괴팍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구설에 오른 일이 많았다. 그는 2006년 독일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히카르두 카르발류(36·AS모나코)의 사타구니를 밟아 퇴장 당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해 9월 비야레알(스페인)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자신에게 경고를 준 주심에게 조롱하듯 박수를 치다가 역시 레드카드를 받았다. 2010년에는 성 스캔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매춘부 2명과 동침한 사실이 발각돼 아내 콜린 루니(28)와 파경에 이를 뻔했다.

 루니의 뒤를 이어 수아레스가 새로운 악동으로 주목 받았다. 수아레스는 그라운드에서 기이한 행동을 한 뒤 해맑은 웃음으로 상대를 약 오르게 만든다. 2010 남아공 월드컵 8강전 가나와의 경기에서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결정적인 실점 위기 때 손으로 슈팅을 막는 반칙을 범했고, 상대 팀이 페널티킥을 실축하자 펄쩍 뛰며 기뻐했다. 네덜란드 아약스에서 뛰던 2010년 11월에는 상대 선수의 목덜미를 깨물어 7경기 출전 정지를 받았다. 리버풀로 이적한 2013년 4월에도 경기 도중 첼시 수비수 이바노비치(30)의 팔을 깨물어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영국 언론들은 “축구계 식인종을 몰아내자” “수아레스에게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식인 킬러 한니발 렉터가 썼던 입마개를 씌우자”며 비꼬았다. 2011년 10월에는 맨유의 파트리스 에브라(33)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큰 비난을 받았다. 수아레스는 또한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을 얻어내기 위해 큰 동작으로 넘어지는 ‘다이버’로도 악명이 높다.

 발로텔리는 악동계의 지존으로 꼽을 만하다. 축구 실력보다 각종 기행으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곤 했다. 2010년 3월 인터 밀란에서 뛰던 발로텔리는 이탈리아의 TV 토크쇼에 나가 소속팀 조제 모리뉴(51) 감독을 비난했다. “나는 5경기나 결장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며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린 그는 이날 라이벌팀인 AC밀란 유니폼을 입고 출연해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2010년 10월 무릎 수술 후 재활 중이던 발로텔리는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여자 교도소를 찾아가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몰고 담벼락을 향해 돌진했다. 많은 이는 발로텔리가 여자 교도소 난입을 시도했다고 분석했다. 2011년 10월 맨체스터시티 소속이던 발로텔리는 자택 화장실에서 폭죽을 갖고 놀다 불을 냈다. 이후 언론이 앞다퉈 이 사건을 조명하자 그는 맨유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왜 늘 나만 갖고 그래(Why always me?)’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보여줬다. 유로2012에서는 독일을 상대로 골을 넣은 후 유니폼 상의를 벗고 근육을 강조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 동작은 수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악행을 옹호하는 시선도 있다. 가나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 부부에게서 태어난 발로텔리는 이탈리아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그는 백인 이웃들로부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성격이 삐뚤어졌다.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4)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는 방식이 있다. 발로텔리는 (어떤 행동을 하든) 자유롭게 내버려둬야 한다. 코치들은 피치(그라운드) 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두둔하기도 했다.

윤태석·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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