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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가슴 뛰는 월드컵 … 악취 진동하는 FIF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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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왼쪽부터 주앙 아벨란제 전 FIFA 회장, 제프 블래터 FIFA 회장,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 척 블레이저 FIFA 집행위원, 무함마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 회장. [그림 돌베개]

피파 마피아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김희상 옮김, 돌베개
456쪽, 2만원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계에 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국제축구연맹(FIFA)과 후보국 간에 막대한 뇌물이 오갔다는 내용이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지난 1일 무함마드 빈 함맘 전(前) 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이 FIFA 집행위원들에게 카타르 월드컵 유치를 명목으로 500만 달러(약 50억원)를 건넨 사실을 폭로하고, 관련 이메일과 은행 거래 명세서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 축구계에서는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권 반납과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블래터 회장은 “카타르 월드컵과 FIFA에 반하는 폭풍이 있고, 편견과 인종차별이 도사리고 있다”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FIFA의 이같은 스캔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선이 많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스포츠인 축구의 이면에 막대한 금품 수수와 부패,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축구계 인사는 물론 언론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독일 스포츠정치 탐사전문기자인 토마스 키스트너(56)는 FIFA를 아예 ‘부패와 악취가 진동하는 마피아 집단’으로 규정하고 ‘피파 마피아(FIFA MAFIA)’라는 이름을 붙여 책을 내놓았다.

 저자는 축구를 “스포츠 경제, 스폰서 경제, 정치 그리고 미디어의 힘으로 부풀려진 가죽 공을 둘러싼 비지니스”라고 규정했다. 저자는 블래터 회장을 비롯한 FIFA 수뇌부와 사마란치·자크 로게 등 전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들을 거론했다. 이들이 다국적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각종 스폰서, 정치적 야심가들과 연결돼 인류의 최대 제전을 더럽히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FIFA 회장의 연봉, 월드컵마다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지만 지출 내역 조차 공개하지 않는 관행, FIFA 회장 자리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며 주고받는 뇌물 등을 밝히며, 저자는 국제 스포츠계에 만연해 있는 부패상을 낱낱이 드러냈다.

 정몽준 FIFA 명예 부회장의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 과정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다. 저자는 “2002년 월드컵에 대해 정치학에선 민족들 간의 친화와 결속을 이뤄줄 축제의 한마당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개최지의 최종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혼탁한 선거전을 벌이며 골수에 사무칠 정도로 싸웠다”면서 “권력 정치의 이해득실을 곰곰이 따진 FIFA의 강권에 못 이겨 두 나라는 공동 개최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나 감정의 골은 그대로 남아 친화와 결속을 거론하기가 거북할 정도였다”고 했다. 또 정 부회장에 대해 “축구라는 경로를 통해 자국의 대통령이 되고 싶어 일본과의 공동 개최를 위해 싸운 정몽준은 정말 많은 것을 월드컵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과 맞물려 한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4년 만에 찾아온 축제를 맘껏 즐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은 여러분을 위해 써야만 한다는 사명감으로 탄생했다. 축구에 관심이 많은 팬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숙한 판단력을 갖춘 시민에게 이 보고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다”고 했다. 고질병을 앓고 있는 FIFA의 정상화를 위해 전 세계 시민이 철저한 감시자가 돼 축구 본연의 아름다움을 되찾는 일에 동참하자는 게 저자의 메시지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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