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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3차 대전 직전서 핵 단추 멈춘 케네디·후루쇼프 43통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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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마겟돈 레터
제임스 G 블라이트·재닛 M 랭 지음
박수민 옮김, 시그마북스
488쪽, 1만8000원

제1차 세계대전의 원명은 ‘세계 전쟁(World War)’, ‘대전(Great War)’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는….

 50여 년 전 제3차 세계대전 문턱까지 갔다. 1962년, 숨죽인 세계는 미국이 ‘쿠바 미사일 위기’, 소련이 ‘카리브해 위기’, 쿠바가 ‘10월 위기’라 부르는 치킨게임이 13일(10월 14~28일) 동안 전개되는 것을 지켜봤다.

 역사상 가장 극적인 이 사건의 배경은 이랬다. 미국 본토에서 쏘아 올린 미사일은 소련에 도달할 수 있었으나, 소련 미사일의 사정권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포진한 서부 유럽이었다. 전략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소련은 미국의 코 밑인 쿠바에 62년 늦여름부터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아마겟돈 레터』는 운명적인 13일을 미국 케네디 대통령, 소련 후루쇼프(옛 표기는 흐루시초프) 서기장, 쿠바 카스트로 당시 총리가 위기 전후에 서로 주고 받은 43통의 편지와 성명서를 중심으로 해부했다. 기밀 해제된 1급 비밀 자료도 다수 포함됐다.

 저자인 제임스 블라이트와 재닛 랭은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다. 이들은 25년 이상 쿠바 미사일 위기를 연구한 부부 교수다. 학술서이기도 한 『아마겟돈 레터』는 4막-충돌·소용돌이·탈출·쥐어짜기-으로 구성된 희곡 형식을 띠고 있다. 중간 중간에 만화도 나온다.

 국제정치적 맥락을 해설하고 세 지도자들의 내면·사고방식·관점을 분석한 이 책 은 다음 메시지를 전달한다. 핵전쟁은 발발할 수 있다. 아무도 핵전쟁을 원하지 않아도…. 핵무기가 있는 한 인류 공멸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따라서 전 세계 핵무기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

 케네디와 후루쇼프의 ‘서신 리더십’은 쿠바를 폭격하자는 워싱턴 매파, 핵으로 미국을 선제공격하자며 소련을 부추기는 카스트로의 주장을 잠재웠다. 대치상황은 쿠바로부터 전략 핵무기를 철수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행운도 많이 작용했다. 인류의 생존을 운에 맡길 수는 없는데 말이다.

  아마겟돈은 ‘선과 악의 세력이 싸울 최후의 전쟁터’다. 62년에는 쿠바가 아마겟돈 후보지였다. 한반도가 아마겟돈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마겟돈 레터』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1만7300기로 추산되는 전 세계 핵무기 중 200개만 터져도 인류는 멸망한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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