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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사람 닮은 로봇 … 윤리를 알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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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의 한 장면. 가사노동을 돕다 인간과 공감하고 나중에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가정용 로봇 앤드루가 등장한다. [중앙포토]

왜 로봇의 도덕인가
웬델 월러치·콜린 알렌 지음
노태복 옮김, 메디치미디어
448쪽, 2만1000원

최근 일본 IT 기업 소프트뱅크에서 놀라운 제품을 발표했다. 키 121cm, 무게 28kg의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다. 제품 발표회에서 손정의 사장과 농담까지 주고받은 이 로봇은 인공지능에 의해 자유로운 대화가 70~80% 정도 가능하다고 한다. 페퍼가 기존 로봇과 가장 차별화되는 것은 감정 엔진을 장착해 사람의 감정을 인식한다는 점이다. 기쁘고 고맙다는 기분을 인식하고, 학습한 정보를 클라우드 기술(인터넷으로 연결된 다른 컴퓨터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을 통해 다른 로봇과 공유한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그녀’의 인공지능 사만다를 떠올리게 하는 이 제품은 내년 말부터 19만8000엔(약 200만원)에 시중 판매된다.

 로봇의 진화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SF 소설가들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유명한 ‘바이센테니얼맨’에서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로봇을 그렸다. 하지만 대다수의 SF소설가들은 아서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할(HAL)과 같이 인간을 적대시하는 로봇을 묘사했다. 과연 어느 편이 진실일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미래에 관한 뜬구름 잡기 식의 걱정으로 인류가 로봇과 인공지능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내팽개치자는 생각은 시기상조다. 그것보다는 인간과 사회, 로봇과 인공지능을 총체적으로 보고 공존하는 사회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옳다. 예일대 윤리학자인 웬델 월러치와 인디애나 대학교의 인지과학 교수인 콜린 알렌이 함께 쓴 『왜 로봇의 도덕인가』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이 자율성을 갖고 움직이거나 판단을 할 때, 어떻게 이들에게 윤리성을 부여할 것인가를 심도 있게 파헤친다.

 2006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됐던 로봇 전투 기계를 보자. 일단 로봇이 살상 허락을 받으면 어떤 특정한 사람을 죽여도 되는가. 언제, 어디서 그리고 누구를 향해 살상력이 허용될지에 관한 도덕적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완벽히 구현하지 않는 한, 로봇이 인간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을 줄일 방법은 없다. 로봇은 적을 죽일 뿐 아니라 민간인의 죽음(‘부수적 피해’) 및 아군의 죽음(‘오발 사고’)도 유발할 수 있다.

 확실히 ‘로봇의 도덕’이란 분야는 생소하고 막막해 보이지만, 도덕적 요소를 감안해 설계한 로봇 또는 컴퓨터와 그렇지 않은 시스템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컴퓨터 윤리 분야의 다양한 이론과 연구 내용을 소개한다. 로봇에게 윤리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윤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하향식 방법과 인간이 태어나 자라면서 윤리와 도덕을 익히는 방식을 준용해 도덕과 윤리를 배워나가는 상향식 방법을 제시하며 둘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단순한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기술이다. 이들이 가져올 미래 사회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그런 미래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프트뱅크의 ‘페퍼’는 이 책에서 그려낸 미래가 그다지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뉴스다. 구글은 세계 최고의 로봇 회사들을 다수 인수합병했고,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이미 세계 최고의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단지 소설·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시나리오로 치부하고, 비관적인 상상에 빠져 겁만 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우리와 함께 사는 사회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정지훈은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에서 보건정책관리학 석사를, 미 남가주대(USC)에서 의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제4의 불』 『거의 모든 IT의 역사』 『무엇이 세상을 바꿀 것인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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