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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보균 칼럼

박근혜 인사의 파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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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보균
박보균 기자 중앙일보
박보균
대기자

파격은 인사 묘미다. 박근혜 대통령은 파격을 강화했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다. 예상하지 못한 발탁이다. 이전에 낙마한 안대희 지명도 의외였다. 파격의 크기는 문창극 쪽이 컸다.

 세월호 전과 후는 달라야 한다. 민심의 바람이다. 박 대통령은 인사로 다름을 드러냈다. 파격은 익숙함에서의 탈피다. 박 대통령은 인사 수첩을 접었다. 청와대 인재 풀은 넓어졌다. 언론계 출신의 총리 기용은 처음이다. 변화는 극적 분위기를 풍기면서 시작됐다.

 인사는 국정 방향을 가리킨다. 박 대통령은 “반듯한 나라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 10일 총리 지명 직전 국무회의 발언이다. 그 말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의 바탕이다. 문 후보자의 소감은 은근했지만 강렬했다. “나라의 근본을 다시 만드는 일에 여생을 바쳐볼까 한다”-. 그 의욕은 대통령의 다짐을 뒷받침한다.

 국가 근본의 재구축은 시대적 요구다. 세월호 참사는 근본의 허술함 때문이다. 그것은 국가 개조의 핵심이다. 그 사안은 국가관과 애국심을 요구한다. 자유 민주주의, 헌법 정신, 법치, 계층 격차 해소, 개인의 책무, 행복 추구-. 그 속에 걸쳐 있는 국정 과제는 광범위하다. 일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주제들은 문 후보자의 관심사다. 그는 그 문제에 집착했다. 논객으로 고뇌했다. 글의 화두였다. ‘문창극 칼럼’(중앙일보 게재)에 그 생각들을 담았다.

 그의 시선은 명쾌하다. 애국심과 자유 가치의 수호에서 뚜렷하다. “애국은 진보와 보수를 모두 수렴한 더 큰 가치다.”(2011.12.23) 그는 부국강병의 역사적 진실에 충실하다. “평화는 햇볕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힘을 바탕으로 지켜진다.”(2010.12.28) 그의 칼럼은 자립정신, 자기 책임의식, 근로의욕을 중시한다. “부패보다 더 무서운 것이 공짜병, 사회복지병이다.”(2011.6.28)

 그는 자유민주적 보수주의자다. 그 색채는 선명하다. 그는 자기 소신에 온정을 넣었다. “지금까지 보수적 가치가 우세했다면 앞으로는 진보적 가치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단, 진보에서 친북은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순수한 진보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온정적 보수주의자다.

 가치 균형론은 그의 화합 방식이다. 야당은 그의 칼럼 성향에 반발한다. 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을 비판한 칼럼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대통령은 야당을 대화의 상대자로 존중하라”(2008.12.30)고 했다. 국가 개조는 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국가안전처 신설부터 그렇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야당과 통합정치는 그의 도전 과제다.

 그는 자기 철학을 국정에 주입해야 한다. 그는 “행정경험이 없다”고 했다. 공직사회는 그 점을 주시한다. 관피아 퇴출은 개혁의 우선 대상이다. 관료 장악은 골치 아픈 과제다. 개혁은 정교해야 한다. 체험과 의지의 간격을 메워야 한다.

 국가 개조는 거대담론식 접근이다. 그에 대한 기억은 유쾌하지 않다. 신한국(김영삼), 제2건국(김대중), 균형발전(노무현), 공정사회(이명박)-. 역대 정권의 담론적 어젠다는 미숙으로 마감했다. 담론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언어다. 민생과 얽히기 쉽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 국민과 멀어진다. 국정 담론은 민생과 소통하며 숨 쉬어야 한다. 그래야 성과를 낸다.

 문 후보자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글은 주춤하지 않는다. 민감한 논쟁에서 그렇다. 박 대통령이 정당대표 때다. 그는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행정수도를 고수한 것이나, 영남국제공항을 고집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2011.4.4)

 총리는 달라져야 한다. 그것도 민심의 기대다. 이를 위해선 박 대통령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책임총리, 소신총리든 무대가 뚜렷해야 한다. 국가 개조는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다. 대통령의 ‘최소 통치’가 ‘최선의 통치’가 될 수 있다. 국정 사안별로 적용할 만하다. 그것은 권력 운영의 지혜다.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총리의 진짜 모습은 어떤가. 헌법은 어떻게 규정했나.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統轄·모두 거느려 다스린다)한다”-. 통할은 미묘한 단어다. 대통령제에서 양면을 오간다. 의전과 소신 총리 양쪽에 걸쳐 있다.

 그 어휘는 이회창 총리의 의욕을 키웠다(김영삼 정권 시절). 하지만 좌절로 끝났다. 권력 갈등과 견제 때문이었다. 그것은 교훈을 남겼다. 총리야말로 정치력이 필요하다. 문 후보자는 자기 공간을 스스로 확장해야 한다. 총리상(像)의 변화는 그의 진정한 과제다.

박보균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