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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행복도 높은 곳, 현직 단체장 당선 확률 높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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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호 07면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이 자신의 유세차량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중앙SUNDAY 지자체 평가 결과를 유세 과정에서 적극 부각시킨 이 구청장은 72.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사진 이진훈 선거사무소]

충북 옥천군.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김영만(63) 현 군수가 재선에 성공하느냐가 관심이었다. 결과는 57.1%의 득표로 당선. 2위와의 득표율 차이는 19%포인트. 여론조사나 당의 예상치보다 큰 차이였다. 김 군수는 당선소감에서 중앙SUNDAY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서베이조사연구센터가 기획·보도한 ‘전국 지자체 평가’ 시리즈 내용을 언급했다. 옥천군은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행복도 8위(본지 1월 26~27일자 4~5면)에 올랐다. 보육여건 만족도(전국 7위) 등 모든 분야에서 고른 성적을 냈다.

[6·4 지방선거 리뷰] 지자체 평가와 선거 결과 비교해보니

 김 군수는 선거유세에서도 자신의 재임기간 중 성과로 본지 보도 내용을 내세웠다. 당선된 뒤 그는 “전국 지자체 평가 결과 행복도와 주거·교육 만족도에서 도내 1위에 올랐다”며 “자치 1번지를 내걸고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행정을 해 온 게 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지역주민의 행복도·만족감이 과연 지역 대표를 뽑는 투표에도 영향을 줄까. 이론으로만 논의되던 상관관계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 확인됐다. 중앙SUNDAY가 지난 1~4월 9회에 걸쳐 연재한 ‘전국 지자체 평가’ 시리즈와 이번 선거의 기초단체장 당락 분포를 비교한 결과다.

 ‘전국 지자체 평가’는 전국 230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2만10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스스로 느끼는 정주(定住) 여건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했다. 2만 명이 넘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전국 규모의 정주 여건과 주민 만족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영남과 호남처럼 지역색이 강한 지역을 제외하면 충북 옥천군에서처럼 평가 순위와 선거 결과 사이엔 상당 부분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삶의 여건 중 가장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행복도’ 조사 결과가 특히 그렇다.

 지역색에 따라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경우를 배제한다면 행복도 순위가 높은 곳의 기초단체장 연임 가능성이 행복도가 낮은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양구군(행복도 1위)과 서울 서대문구(행복도 2위)를 비롯한 행복도 상위 30위권의 기초단체장 중 연임에 도전한 경우 당선 확률이 73.9%(분석 대상 23곳 중 17곳 당선)에 달했다. 임명직인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시(행복도 3위)와 현역 단체장이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거나 선거기간 중 사퇴한 6개 지자체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반면 행복도 하위 30위(201~230위) 지역의 현역 단체장 당선율은 66.7%(27곳 중 18곳 당선, 현역 단체장 불출마 지역 제외)였다. 단순히 계산해도 행복도 상위 30위 지자체의 현역 단체장 연임 가능성이 하위 30위 지역의 단체장보다 7.2%포인트 높다.

 영호남을 제외한 수도권과 강원·충청·제주권의 기초지자체로 분석 대상을 좁힐 경우 행복도 순위는 이번 선거 결과와 더욱 합치된다. 행복도 상위 30개 지자체 중 영호남이 아니면서 현역 단체장이 출마한 곳은 총 9곳이다. 이 중 강원도 양구군(행복도 1위), 서울 서대문구(2위), 경기도 성남시(6위), 충남 옥천군(8위), 인천 남구(16위) 등 8곳에서 현역 단체장이 승리했다. 영호남을 제외하면 행복도 상위 30위 지역의 현역 단체장 출마자의 당선 확률은 89%에 육박한다. 영호남이 아닌 지역 중 서울 서초구(20위)는 현역 단체장이 기존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영호남 변수’를 제외하면 행복도 하위 30위권 지자체 단체장의 연임 가능성은 더 낮다. 행복도 하위 30위 지역 중 영호남이 아니면서 현역 단체장이 출마한 곳은 총 12곳이다. 이 중 현역이 승리한 곳은 경기도 시흥시를 비롯해 출마 지역의 절반인 6곳(당선 확률 50%)이다.

 반면 행복도 하위 30위권이라도 영호남이라면 그 지역 기반을 지닌 현역 단체장의 연임 확률이 80%(15곳 중 12곳 당선)로 올라간다. 뒤집어 말하면 주민 행복도가 낮아도 영호남에선 공천만 잘 받으면 재선을 거의 보장받는다는 뜻이다.

 영호남 지역에서 양대 정당의 존재감은 낙선자 소속 정당을 분석할 때 더 크게 드러난다. 행복도 하위 30위권에 머문 영호남 지자체 중 현역 낙선자는 단 3명. 그나마 두 사람(대구 서구·전북 무주)은 소속 정당을 이탈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패배했다. 두 지역에선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당선됐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주관적 평가 영역인 행복도와 객관적 영역인 선출 가능성 간 통계적 분석은 어렵겠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행복도가 낮은 지역에선 행복도가 높은 지역보다 현역 단체장의 재선이 어려울 것이란 유추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국 230개 기초지자체 중 교육 여건 만족도가 높은 지역의 단체장들이 재신임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 여건 만족도 1위(본지 3월 9~10일자 10~11면)를 차지한 대구 수성구가 대표적이다. 현직 구청장인 이진훈(57) 후보는 “수성구를 대한민국 교육·문화 대표 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72.8%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는 구청장 재직 당시 “교육 여건은 교육청뿐 아니라 해당 지자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교육 여건 만족도 2·3위인 경남 거창군과 광주 남구에서도 57.6~73%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한 현역 단체장들이 연임했다. 경남 진주시(만족도 4위)도 투표자 중 68.2%가 현역 단체장의 손을 들어 줬다. 교육 여건 만족도 상위 5개 지자체 중 현역 단체장이 낙선한 곳은 인천 연수구 한 곳뿐이다.

 이외에 서울 노원구(만족도 6위)의 김성환(48) 구청장도 재선에 성공했다.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인근 학생에게 선생님이 돼 주는 ‘마을이 학교다’ 사업처럼 다양한 교육 관련 사업을 펼쳐 온 게 득표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임현정 서베이조사연구센터 연구원은 “아직 실증적인 연구까지 이뤄지진 않았지만 주민들이 정주 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부분이 교육인 만큼 높은 교육 만족도를 이끌어 낸 단체장이 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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