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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의 길을 버리고 십자가를 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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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강수
조강수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강수
사회부문 차장

예수님이 걸어갔던 사랑과 희생의 길과는 정반대다. 청해진해운 유병언 회장이 지금 걷고 있는 ‘도망자’의 길 말이다. 73세의 유 회장은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태권도가 5단이라지만 수십 년간 은둔했던 금수원을 떠나 20여 일 넘게 객지에서 도주하는 것 자체가 고난일 것이다. 특히 금수원 탈출, 비밀별장 은신, 변장, 차량 도주, 교란, 잠적, 현상금, 밀항, 망명 시도로 이어지는 행태는 정상을 벗어나 보인다.

 한 기독교 분파의 지도자가 스스로 선택한 길로 보기에는 초라하다. 오죽하면 그를 쫓는 검찰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유 회장이 종교지도자와 그룹 회장이라는 신분과 염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친 채 뿌리 없는 흉악범처럼 도망 중”이라고 질타했을까. 그가 은신했던 순천의 별장 ‘숲속의 추억’에 들이닥친 검찰 수사관들이 현장에서 생수병과 함께 덩그러니 남아 있는 ‘성경책’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구원파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포교를 해 신도 중엔 지식인들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 너무나 급한 나머지 포교의 근간인 성경책까지 두고 간 것 같아서다. 유 회장은 ‘능력자’다. 1987년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 이후 직격탄을 맞은 세모그룹은 부도를 맞았다. 하지만 법정 관리의 허점을 이용해 대부분의 계열사들을 도로 되찾은 것은 물론, 그 이전보다 규모를 키웠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사업 감각, 전국에 산재했다는 10만 성도들의 헌신 덕분이었다. 신도들의 헌금을 기반으로 유기농 제품 생산-유통을 위한 영농법인을 설립, 운영했다. 한강유람선을 운영했던 세모 때의 경험을 토대로 연안여객선 사업에도 은밀히 진출해 대(大)선주가 됐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길은 ‘정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금수원에 은둔하며 돈을 버는 동시에 ‘아해’라는 익명으로 해외에선 초호화 사진전시회를 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비정상이다.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달아난 것은 비정상의 피날레다. 검찰은 자녀들부터 조사해 카드를 확보한 뒤 유 회장을 마지막에 불러 압박하려는 전략을 짰다. 하지만 유 회장은 상식을 파괴했다. 장남 대균씨, 차남 혁기씨, 장녀 섬나씨 등 소환통보를 받은 세 자녀가 모두 도피하자 유 회장도 몸을 숨겼다. 지금은 인의 장막을 치고 공권력의 종교 탄압이라며 맞서고 있다. 도주가 길어지면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처지가 역전된다. 쫓기는 유 회장보다 쫓는 검찰이 조바심이 나게 됐다.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검찰 책임도 크다. 하지만 죄가 없다면 검찰에 출두해 당당히 입장을 밝히면 될 일이다. 스스로 현상금 사냥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해서야 되겠나. 유 회장은 지금이라도 도망자의 길을 버리고 십자가를 져야 한다. 그래야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진다. 최후의 만찬 때 베드로가 예수님을 향해 물었다. ‘쿼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 의미를 유 회장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조강수 사회부문 차장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본 인터넷 신문은 지난 4월 16일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와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정 및 반론보도문 게재합니다.

유 전 회장이 달력을 500만원에 관장용 세척기는 1000만원에 판매한 사실이 없으며, 금수원에는 비밀지하 통로나 땅굴은 존재하지 않으며 유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가 오대양사건과 무관함은 지난 세 차례 검찰 수사 결과에서 밝혀졌으며 이는 지난 5월 21일 검찰이 공문을 통해 확인해 준 바 있으며, 유 전 회장이 해외밀항이나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시도는 검찰 수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해당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유병언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 관련 주식을 소유하거나 4대보험이나 국민연금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실소유주나 회장이라 할 근거가 없으며, 유 전 회장은 1981년 기독교복음침례회 창립에 참여한 사실이 없고 해당교단에 목사라는 직책이 없으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으로 추정되는 2400억의 상당부분은 해당 교단 신도들의 영농조합 소유의 부동산이며, 기독교복음침례회에는 해당 교단을 통하지 않고는 구원을 얻을 수 없거나 구원받은 후에는 죄를 지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교리는 없으며, '세모'는 삼각형을 '아해'는 '어린아이'를 뜻하며, 옥청영농조합이나 보현산영농조합 등은 해당 영농조합의 재산은 조합원의 소유이며, 기독교복음침례회 내에는 추적팀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