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7)「영도다리」가 또 하나 생긴다-부산 영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숱한 사연이 담긴 부산 영도다리(부산대교)옆에 현대적인 새 다리가 세워지고 있다. 부산 북항 부두와 영도를 잇는 이 다리의 이름은 「영도대교」-.

<두개의 원통교각>
원통형 교각을 두개만 바다에 세우고 거대한 철강「아치」가 바다를 가로질러 상판을 잡아당기며 그 위로 차량이 다닐 수 있게 하는 이른바 「타이드·아치」(Tied arch)형 철강교다.
44년전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구 영도다리에서 동북쪽으로 1백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영도대교는 순수한 우리의 기술진, 우리의 철강재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그 뜻이 크다.
5년전에 세워진 현수교인 남해대교는 일본의 기술진, 수입산 철강재로 만들어졌었다.
76년 부산항 개항 1백주년에 맞춰 착공된 영도대교는 길이 2백60m·너비 20m·「아치」높이 31m, 그리고 해면으로부터 상판의 높이도 15m나 된다. 공사비는 진입 고가도로건설과 보상비를 포함해 모두 79억원. 구 영도다리보다 46m가 길며 너비는 2m가 넓다. 통과 하중은 구 영도교의 25t보다 2배 이상 무거운 54t. 한국 종합설계 최진택씨(41)의 설계를 서울에 본사를 둔 흥화공업이 시공을 맡았다. 부산항(북항)과 남항(자갈치)사이의 수로를 가로지르는 영도대교는 이제 그 웅장하고 우아한 자태를 드러냈다. 해면에서 까마득히 31m나 솟은 반월의 「아치」는 새로운 부산의 상징이며 명물이 된 것이다.

<개폐할 필요 없어>
영도대교의 공정은 현재 90%. 금년말까지 다리공사는 모두 끝나지만 차량이 다니려면 높이 13m의 진입 고가도로가 건설돼야하기 때문에 개통은 진입로 공사가 끝나는 80년으로 예정하고 있다.
새 다리가 개통되면 무엇보다 영도지구의 교통난과 물동량을 감당하고 특히 구 다리가 통과하중을 전차정도(25t)로 잡은데 비해 그 배가 넘는 새 다리는 대형「컨테이너」차량 등이 통행할 수 있게 돼 영도공업지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새 다리는 해면으로부터 높이 떨어졌고 교각도 2개밖에 안돼 해상교통을 원활하게 하는 잇점이 있다. 구교를 만든 일제가 어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육지쪽 31m를 들었다 내릴 수 있는 도개교로 만든 것이 뜻밖에도 숱한 낭만과 사연을 낳은 화제의 영도다리가 되긴 했지만, 67년부터는 그나마 하루 두 번씩 들던 다리를 들지 않아 크지 않은 배들도 「마스트」를 뉘여야 간신히 지날 수 있는 불편을 주었었다.
부산시는 새 다리가 개통된 다음에는 구교도 교각을 새로 세우고 높이를 올려 여객선·어선 등이 멀리 외항으로 나가 영도를 도는 불편을 덜게할 계획이다.
영도대교 건설공사를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는 부산시 도로과장 고남호씨(44)는 『평생 이 같은 큰 역사를 다시 맡아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온갖 정력을 다 쏟아 다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해저 30m 굴착>
다리 밑 수심은 8m밖에 안되지만 정통공법으로 해저30m를 굴착, 암석층을 찾아내 그 위에 직경 7m의 교각을 세우는 하부 공사부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또 두 교각사이 1백60m에 높이 31m의 철강「아치」를 세우는데는 장비만도 해상「크레인」2백t급 1대, 1백t급 2대, 「바지」선 2천t급 1대, 5백t급 4대, 그리고 육상「크레인」이 1백t급 1대, 40t급 2대가 필요했다.
「아치」에 들어가는 철강재중 큰 것은 무려 길이 40m·무게 92t. 이렇게 크고 무거운 것을 해상에서 흔들리는 「크레인」이 3lm 높이까지 끌어올려 맞췄다는 것은 능히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다리 건설에 든 강재의 무게는 자그마치 3천2백64t. 6t「트럭」으로 5백44대 분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연말까지 완공될 다리 공사와는 별도로 이 달부터는 양쪽에 총 연장 1천3백70m의 진입 고가도로 공사가 착공된다.
영도구 봉래「로터리」에서 시청 뒤 해안도로로 뚫리는 이 고가도로는 제일 높은 곳은 건물4층 높이인 평지에서 13m까지 올라간다.
영도대교와 이 진입로가 80년 개통되면 영도가 영도대교∼부두도로∼도시 고속도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에 직접 연결되고 도심인 중앙로의 교통량도 분산될 수 있다.
대도시의 도시개발사업이 모두 그러하듯 이 공사에도 총 공사비 79억원 가운데 보상비가 25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6천4백34평의 대지와 l백48채의 건물들이 헐리는 것이다. 【글 이무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