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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물리학상 수상자 32%, 래스커 기초의학상 50% 노벨상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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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톰슨로이터가 발표하는 예상 명단 외에도 미래 노벨상 수상자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몇 가지 더 있다. ‘프리(Pre) 노벨상’으로 불리는 울프상·래스커상 수상자와 노벨 심포지엄 참석자 명단이다.

 이스라엘의 울프상은 독일계 유대인 발명가 리카르도 울프가 세운 울프재단이 주는 상이다. 1978년부터 농업·화학·수학·의학·물리학·예술 6개 분야에 걸쳐 시상하고 있다. 역대 울프 의학상 수상자의 35.4%, 물리학상 수상자 31.5%가 노벨상을 받았다.

 래스커상은 미국 래스커재단이 1946년부터 의학 연구와 공중 보건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고 있다. 기초의학·임상의학·특별상 3개 분야로 나뉜다. 기초의학상 수상자의 노벨상 수상 비율은 50%가 넘는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로스먼 미국 예일대 교수, 랜디 셰크먼 버클리 캘리포니아(UC버클리)대 교수, 토마스 쥐트호프 스탠퍼드대 교수 등 3명 모두 래스커상 수상 경험자다.

 노벨재단이 매년 주최하는 노벨 심포지엄은 사실상의 ‘예비 노벨상 수상자 모임’으로 불린다. 평균 20~40명의 과학자가 초청 받는다. 이들 중 상당수가 시차를 두고 노벨상을 받기 때문이다. 1999~201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13명 중 11명이 이 심포지엄에 초대된 경험이 있었다. 같은 기간 물리학상 수상자 35명 중 10명도 마찬가지였다. “노벨 심포지엄 토론 주제를 보면 현재 노벨위원회가 주목하고 있는 연구 분야를 알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프리 노벨상’을 받고 노벨 심포지엄까지 참가한다면 수상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마리오 카페키 미 유타대 교수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1990년 노벨심포지엄에 참석한 뒤 2001~2002년 연달아 래스커상·울프상을 받았다. 2006년엔 톰슨로이터의 예상 수상자 명단에 올라 ‘3관왕’을 차지했다.

 한국연구재단은 2012년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노벨상 수상자 ‘표준 모델’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는 대체로 30세 이전에 박사 학위를 받고, 40세쯤 수준 높은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이어 50~55세에 래스커상·울프상을 받거나 노벨심포지엄에 초청된다. 이렇게 완벽한 스펙을 갖추면 55~60세쯤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재단은 “앞으로 5~10년에 한국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울프상·래스커상 수상 등 ‘노벨상 스펙’을 갖춘 과학자가 아직 한 명도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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