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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수도권 전패” 위기감에 非朴 반란 … 대표 경선에도 영향 줄 듯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76호 03면

정의화 의원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의 압승이 여권 내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 의원이 23일 제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황우여 의원을 101표 대 46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따돌리면서다. 직전까지 당 대표를 지냈고 이번 경선에서도 청와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황 의원이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패하자 당내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회의장 후보 새누리 경선, 정의화 101 vs 황우여 46

당장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박(非朴)계 반란의 신호탄’ ‘친박(親朴)계 몰락의 전조’라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79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 중 상당수가 정 의원을 찍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비상이 걸렸다.

이 결과에 대해 청와대와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 의원들조차 “이처럼 표심이 크게 벌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비례대표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주 초부터 초선과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 의원을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오가길래 ‘표차가 크진 않겠구나’ 싶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그것도 정 의원이 이길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한 최고위원도 “황 의원이 원만한 성품에 의원들과의 관계도 괜찮아 선거에서 패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도 “당내 경선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당혹감 속에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존재감 없는 여당에 대한 위기감의 표출”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는 박심(朴心)만 쳐다보고 있는데, 이래서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지금처럼 민심이 요동치는 상황에선 자칫 수도권에서 전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이번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의 한 초선 의원은 “특히 당선을 낙관하던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일부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면서 의원들이 크게 동요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안대희 총리 카드도 내놨지만 주민들을 만나보니 안대희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잘해야 한다는 얘기만 하더라. 이런 상황에선 여당이 제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런 위기의식이 의원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경선의 이변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경선 결과는 차기 당 대표를 뽑는 7·14 전당대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의 당 장악력이 예전만 못 하다는 게 입증되면서 서청원·김무성·이인제 의원 등 주요 출마 예상자들의 경선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광역단체장 당내 경선에서의 비박계 후보 돌풍과 황 의원 낙마에 이어 지방선거마저 패할 경우 당내 원심력이 급속히 커지면서 여권 전체의 권력지형이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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