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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 약점 파고드는 정몽준 … 시민 의견 발굴하는 박원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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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호 04면

[정몽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몇 달 전 이른 아침에 출근 인파로 붐비는 지하철 2호선을 탔다. 수행원은 딱 한 명이었다. 그는 신도림·교대역 등을 거친 뒤 돌아와 보좌진에게 “공기 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 뒤 정 후보 캠프는 ‘지하철 안전 및 공기 질 개선’ 공약을 내놓았다. 공기 질 자동 측정장치 설치와 실시간 공개, 전동차 교체 등에 1조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박원순 시장 재임 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지하철 환기시간을 줄인 뒤부터 지하철 내부 공기 오염도가 법정 기준치 이상으로 나온 데 착안했다.

이처럼 정 후보는 박 시장 재임 시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수희 대변인은 “용산 재개발은 이미 많은 돈이 투입됐는데도 박 시장이 전임 시장이 하던 사업이란 이유로 방치했다고 보고 정 후보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용산 부지 14만 평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한 후 3~4개 구역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한강 뱃길 조성, 한강에서 중국까지’란 문구는 정 후보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박 시장이 아라뱃길 시설을 방치한 걸 알고 정 후보는 이미 있는 시설을 잘 활용하면 중국 관광객도 유치하고 좋은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공약서엔 “수백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배를 타고 올 수 있도록 서울을 항구도시로”란 설명이 곁들여졌다.

‘노인 요양시설 충족률 100% 달성’은 정 후보가 사회복지사들로부터 “서울 안에 요양시설이 부족해 노인들이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이야기를 듣고 낸 공약이다. 공약서엔 “부모님을 멀리 보내면 안 됩니다”란 문구를 넣었다. 캠프 관계자는 “정 후보가 모친을 떠올리며 어르신들과 관련된 공약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 후보는 국회의원(동작을) 시절 일하는 엄마들로부터 “출퇴근할 때 아이를 맡기고 데리러 가는 시간을 아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장 어린이집 100개 건설’ 공약을 내놓았다. 막내아들이 아토피를 앓은 경험은 ‘서울을 아토피 프리 지역으로’ ‘쌈지공원(자투리 땅을 활용해 만드는 작은 공원) 100개 조성’ 공약과 무관치 않다.

정 후보는 시민 안전을 총괄하는 ‘서울안전본부’를 만들고, 상시적으로 안전을 파악하는 ‘안전기획관’을 도입하는 공약도 냈다. 이 대변인은 “본래 폐쇄회로TV(CCTV) 화소 개선 같은 치안 공약에 주력하다가 세월호 참사 후 안전 공약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정 후보 캠프엔 최근 구청장 출신, 지역구 의원이 많이 합류했다. 캠프 관계자는 “7선 국회의원으로 27년간 정치를 하면서 쌓은 인맥과 싱크탱크 아산정책연구원이 있긴 하지만 서울시정은 더 세밀해 새로 온 이들로부터 다양한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나경원·이혜훈 전 의원, 진영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이다. 또 이재오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가 고문을, 이성헌 전 의원이 본부장을 맡는 등 캠프엔 친이·친박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정 후보는 이홍구 전 총리,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에게도 수시로 현안에 대해 도움을 구한다고 한다.



[박원순]

“70회가 넘는 정책토론회, 119회의 현장방문…. 이 모든 것이 시민의 말씀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과정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재선을 위해 15일 출마선언을 하며 강조한 내용이다. 박 후보의 공약은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게 캠프 인사들의 설명이다. 주진우 정책팀장은 “한 사람이 아니라 시민·전문가 등 집단지성에서 공약이 나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도 “박 후보는 ‘자꾸 책상에 앉아 기획하려 하지 마라. 시민들이 단 댓글에 있는 제안 중에 취사선택하는 게 훨씬 낫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통학거리가 먼 초등학교 300곳을 대상으로 학교당 버스 2대를 운영하는 ‘어린이 안심스쿨버스 도입’ 공약은 시민들의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기 전 부시장은 “엄마들이 주로 요청해오던 사안으로, 박 후보가 신경을 많이 쓴 공약”이라고 말했다.

‘5대 창조경제거점(가산·금천 G밸리, 개포, 상암 DMC, 동대문, 신촌·홍대·합정)’과 ‘3대 아시아지식기반허브(마곡, 창동·상계, 홍릉)’ 구축 공약엔 박 후보의 자문그룹과 정책팀이 영향을 미쳤다. 주 팀장은 “이곳들을 창조경제거점으로 육성하자는 구상은 박 후보가 시장 시절부터 했는데 아시아지식기반허브란 이름은 후보의 자문그룹이 지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최근 자신의 ‘멘토’로 김호성 전 서울교대 총장, 최병선 전 국토연구원장 등을 꼽은 적이 있다.

캠프 정책팀은 신촌·홍대·합정을 의미하는 ‘신홍합밸리’와 아파트 발코니에 설치하는 작은 태양광을 의미하는 ‘햇빛발전소’란 이름을 만들었다. 정책팀은 사회단체와 서울시 출신 인사 등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 후보는 또 재난 유형별 ‘골든타임(초기 구조 가능 시간) 목표제’를 설정하고, 노후 전동차를 호선별로 2022년까지 전면 교체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도시 안전 예산 2조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 팀장은 “지난해부터 노량진 배수관 공사 인명피해 등을 겪은 게 바탕이 됐고, 세월호 참사 후 골든타임이란 개념을 보완했다”며 “급조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해외를 다니며 견학한 도시 발전 모델도 공약에 반영됐다. 박 후보는 코엑스와 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교류지구로 만드는 ‘영동권 종합개발계획’을 22일 내놓으면서 “(국제회의·전시회 장소 등 복합시설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를 능가하게 만들겠다는 게 야심이고 꿈”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엔 최근 “복지, 안전, 여성, 환경 정책을 담당하겠다며 새롭게 찾아온 이가 많다”(주 팀장)고 한다.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 대한노인회 출신도 있다는 전언이다. 임종석 전 의원과 하승창 씽크까페 대표가 총괄팀장을 맡고, 오영식·우상호·우원식·유인태·진성준 의원 등이 돕고 있다. 금태섭 대변인, 윤태곤 전 비서관 등 안철수계 인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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