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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포격 도발 다음날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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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오는 9월 인천에서 열릴 아시안게임(9월 19일~10월 4일) 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보도에서 북한 올림픽조직위가 “남조선 인천에서 진행되는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조선 선수단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북한 체육선수단의 남한 방문은 지난해 7월 서울과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여자팀을 파견한 이후 처음이다. 통신은 “위원회는 경기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을 아시아올림픽이사회에 공식 통보했으며 이사회와 경기대회조직위원회가 제정한 규정에 따라 참가에 필요한 신청을 곧 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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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결정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우리 함정에 대한 포격 도발 다음날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 스포츠 행사 참석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응한 5·24 조치와 무관하다”며 “참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2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도 참가한 바 있으며 이후 카타르 도하(2006년)와 중국 광저우(2010년) 대회에도 선수단을 보냈다.

 북한이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5개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퍼펙트 아시안게임’이 가능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공동입장이나 응원, 한반도기 사용 문제 등은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의 대회 참가 통보는 2002년 9월 부산 아시안게임 때 55일 전 통보했던 것과 비교해 빠른 움직임이다. 인천시와 대회조직위는 통일부의 ‘북한 주민 방남(訪南) 승인’과 북측 선수단의 남한 전지훈련은 물론 숙박·응원·경호 문제 등을 꼼꼼히 짚어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부산 아시안게임 때 18개 종목 311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남한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북측이 선수단을 보낸 건 이때가 처음이다. 하지만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의 훈풍을 탔던 당시와 지금 분위기는 다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북한의 대남 비난과 반정부 선동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군당국도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는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 속에 북한이 스포츠 선수단의 남한 파견을 결정한 건 도발과 화해 제스처를 병행하는 전형적 화전(和戰) 양면전술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주 들어서도 20일 연평도 NLL 침범에 이어→염수정 추기경 개성공단 방문 허용(21일)→우리 해군 함정 겨냥한 포격(22일)→아시안게임 참가 발표(23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식 행보를 보였다.

 당장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북한의 참가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하루는 군사도발을 하고 하루는 유화정책을 펴는 오락가락 행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북한의 결정이 남북관계의 신뢰회복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김정은 체제의 이미지 개선과 국제고립 탈피라는 성격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고모부 장성택을 전격 처형한 것을 비롯해 핵 위협 등 도발적 군사행동으로 미국은 물론 중국으로부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 도발에 따른 우리 정부의 5·24 대북조치 4주년을 하루 앞두고 유화카드를 내민 걸 두고 남한 내 일각의 제재 해제 주장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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