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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한국의 고은, 칠레의 미스트랄 … 시와 그림이 있는 동화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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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5대 가족
고은 시·이억배 그림
풀과바람, 40쪽
1만2000원

『5대 가족』의 책장을 열면 ‘세계의 지붕’이 눈 앞에 펼쳐진다. 온전히 검은 바위산 비탈 아래 숨은 너른 풀밭. 책은 그곳에 사는 한 티베트 유목민 가족의 하루를 그렸다. 초원의 유목 살림 천막에서 5대 가족이 양떼와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엄마 양이 새끼를 해산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여섯 살 배기 막내 텐진이 달려온다. “할아버지! 한 마리 태어났어.” 그러자 고조할아버지·증조할아버지·할아버지가 함께 대답한다. “아 그래.”

때마침 풀 뜯으러 멀리 갔던 양떼가 스스로 돌아온다. 그저께 한 마리가 죽었지만, 오늘 한 마리가 태어났다. 삶과 죽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한데 있다. 유목민 아이들은 초원을 뛰놀며, 양들의 탄생과 죽음을 지켜보며, 가족들과 한 천막 안에서 부대끼며 이러한 삶의 섭리를 자연히 깨닫는다. 유목민 가족은 내일 다른 풀밭을 찾아 떠나야 한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초원을 귀가 들리지도 않는 고조 할아버지와 엄마 양은 안다. 책은 ‘저기다 저기’로 끝맺는다. 고은 시인의 담담하면서도 쉬운 시 구절에 이억배 화백의 정감 넘치는 민화풍의 그림을 얹은 그림책이다.

노벨상 수상 작가 미스트랄의 클래식 그림책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글
팔로마 발디비아 외 그림
김정하 옮김, 풀빛
32쪽, 세트 6만 원

 『노벨상 수상 작가 미스트랄의 클래식 그림책』은 ‘명작 동화’란 이름으로 알려진 서구의 옛 이야기들을 새롭게 해석한 그림책이다. ‘빨간 모자’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신데렐라’ 등이 대상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 시로 고쳐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 형제 판본’ 속 이야기와 사뭇 다르다. 백설공주를 괴롭히는 나쁜 왕비가 아예 등장하지 않는가 하면, 빨간 모자는 늑대에게 끝내 잡혀먹히고 만다. 기존에 알던 것과 다른 생소한 이야기 구조는 다소 황당하면서도 뒷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불꽃처럼 사뿐사뿐 누빈다’ 든가, ‘깜빡 깜빡 어머니의 손짓 같은 불빛’ 등의 그림 그리듯 생생한 묘사와 독창적인 시어는 어린이 독자에게 글맛을 일깨워줄 만하다. 네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려낸 개성 넘치는 삽화도 인상적이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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