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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히어로' 김정은 PC 게임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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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미국의 ‘머니호스’사가 개발한 게임 ‘글로리어스 리더’. 북한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미군의 전투기에 맞서는 등 다소 희화된 ‘영웅’으로 등장한다.

북한이 위협에 빠지면 백마 탄 김정은 장군이 구해줄까.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을 ‘영웅’으로 내세운 PC 게임을 미국 게임업체가 개발했다. 게임 제목은 ‘글로리어스 리더(Glorious Leader)’, 우리말로 직역하면 ‘위대한 영도자’.

개발사인 머니호스(Money horse)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은 미군에 맞서는 ‘수퍼 히어로’다. 개마고원으로 추정되는 울창한 침엽수림 한복판에서 백마를 타고 전투기에 맞서는가 하면 평양 시내에 진주한 탱크부대에 홀로 버틴다. 기뢰로 가득한 바다에서는 기관총을 든 채 돌고래에 올라타 질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정은이 백마나 돌고래를 타고 최신 미군 전력에 맞선다는 설정은 조롱에 가깝다. 모든 고비를 넘긴 김정은이 농구장에서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맨과 조우한다는 엔딩도 마찬가지.

북한이 게임에 등장한 게 처음은 아니다. ‘머셔너리’ ‘로그 워리어’ 등 최근 10년 동안 밀리터리 액션 장르의 게임에 꾸준히 등장했다. 모두 매니어층을 거느리며 인기를 누렸다. 게임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밀리터리 게임 특성상 위험한 지역일수록 배경으로 적합하다”며 “과거 북한은 변방의 폐쇄 국가일 뿐이었지만 핵실험과 거듭된 군사 도발로 게임계에선 ‘매력적인’ 소재가 됐다”고 말했다.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북한으로 잠입해 탄도미사일 발사장치를 회수하는 임무(로그 워리어)나 강경파 군부가 장악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자 이에 맞서는 특수부대가 활약하는 게임(고스트 리콘2)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엔 북한에 대한 국제적 시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북한의 거리는 대부분 어둡고 뿌연 안개에 뒤덮여 있으며 북한군은 ‘양키새끼들’같이 걸쭉한 사투리 욕을 속사포처럼 내뱉는다. 신비감이 극대화된 것일까. 2007년 러시아 회사가 개발한 ‘인스팅스’에서는 북한 병사들이 인간을 보면 무조건 죽이려 드는 좀비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영웅들이 맞서는 적들은 냉전시대엔 ‘소련’, 냉전 후 ‘외계’, 9·11 테러 후 ‘중동’으로 변화해 왔다”며 “소련이나 중동에 비해 아직까지 많이 소비되지 않은 미지의 적(敵)인 만큼 앞으로도 영화·오락에서 계속해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린 ‘북한’ 게임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논란이 많았다.

2004년 ‘고스트 리콘2’가 세계에 출시됐을 때, 한국에서만 이를 구할 수 없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등급분류 심사에서 심의보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영등위는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문화 콘텐트의 억압’이라는 비난과 남북관계를 반영하는 건 당연하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홈프런트’(2011)는 우리보다 미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12년 김정일이 사망하자 김정은이 남한과 일본 동남아를 점령한 후 미국 본토까지 침공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본격적으로 등장한 2010년을 기점으로 전작들처럼 긴박한 위기를 맞아 북한에서 군사작전을 펼치는 내용 대신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내용이 많아졌다. ‘킥아웃 김정은’의 경우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김정은을 발로 차 날아가게 하는 게임이다. 타이밍에 따라 비거리와 획득 점수가 달라진다. 최근 등장한 ‘글로리어스 리더’도 같은 계열.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양 위원은 “시대착오적인 3대 세습으로 오랜 우방국인 중국 대중들로부터도 조롱거리가 된 북한의 처지를 반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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