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책 속으로] 김준수는 왜 잘나갈까 … 무대 뒤에서 본 뮤지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뮤지컬 사회학
최민우 지음
이콘, 320쪽, 1만4000원

뮤지컬이란 문화상품의 실체를 사회학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2005년부터 8년 동안 중앙일보 공연담당 기자로, 한국 뮤지컬 시장의 급성장기를 지켜본 저자가 뮤지컬의 생산과 유통·소비 과정을 경제·심리·지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했다. 작품별 감상 중심의 기존 뮤지컬 비평서와는 사뭇 다른 접근이다. ‘왜 뮤지컬 티켓 가격은 10만원이 넘을까’ ‘영희는 왜 ‘헤드윅’을 301번 봤을까’ ‘김준수는 왜 조승우보다 많이 받을까’ 등 10가지 질문을 앞세워 뮤지컬 무대 밖 현상에 시선을 맞췄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만의 독특한 현실도 꼼꼼히 따져본다. ‘지킬 앤 하이드’의 ‘당신이라면’ ‘시작해 새 인생’처럼 고음으로 사정없이 질러대는 노래가 인기있는 이유를 한국인의 현세주의에서 찾았다. 또 주인공 배역에 세 명, 네 명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트리플 캐스팅’ ‘쿼드러플 캐스팅’은 철저히 스타에 의해 작품을 택하는 한국적 관람 풍토에서 출발했다고 짚는다. 골수팬 1만 명을 동원할 수 있는 스타를 기용하면 최소 1만석은 채우고 갈 수 있다. 여기에 5000명 동원 배우 한 명을 추가하고, 또 3000명 동원 배우와 2000명 동원 배우를 더하면 일단 2만 표는 판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차피 배우 출연료는 ‘회당 얼마’로 지급되니 제작비가 더 느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다수 캐스팅 현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다수 캐스팅은 작품의 완성도를 훼손시키는 요소로 비판받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에게는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출연진에겐 치열한 경쟁 구조를 불어넣어 프로덕션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109쪽)

 저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사례를 통해 한국 뮤지컬계의 내밀한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중 하나. 2010년 김준수가 뮤지컬 데뷔작 ‘모차르트’에 출연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던 가수 조성모가 개막 두 달 전에 다리를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전치 8주의 큰 부상이었다. ‘조성모 뮤지컬 데뷔작’을 홍보 포인트로 삼으려는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그 때 조감독이 나섰다. “(내가) 시아준수 사촌누나와 친하다. 한번 접촉해보겠다.” 한국 뮤지컬계 최고의 티켓 파워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밖에 ‘지킬 앤 하이드’ 초연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못한 이유, ‘헤드윅’ 제작사가 조승우보다 오만석 마케팅에 집중한 내막 등을 공개했다. 핵심 관계자가 아니라면 접근하기 힘든 알찬 정보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