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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었는데 좋은 집 무슨 소용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세월호 구조 작업 중 사망한 민간 잠수사 고 이광욱(53)씨의 어머니 장춘자(72)씨가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경기도의 제안을 극구 사양했다.

경기도는 최근 장씨가 컨테이너 가건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남양주시를 통해 주택 제공 의사를 전했다. 장씨가 사는 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와부읍 덕소리 등에 있는 다가구주택이 대상이다. 경기도시공사가 주택을 사들인 뒤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씨에게 20년간 임대해주는 방식이다. 조건은 장씨가 월세 10만~15만원 등을 부담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씨는 “아들을 잃었는데 좋은 집이 무슨 소용이냐”며 사양했다. 장씨는 본지와 통화에서“그냥 살겠다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씨의 큰아들(23)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3리의 컨테이너 가건물(33㎡)에 살고 있다. 컨테이너 위엔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쳐놨다. 해군특수전전단(UDT) 출신 잠수사인 남편과 결혼해 50년 가까이 이곳 단독 주택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가세가 급격히 기운 2008년 이후 비닐하우스에 살게 됐다. 남편(2001년 사망)은 잠수 경력을 살려 수중 공사 등으로 생계를 이었다.

장씨의 둘째 아들 이승철(48)씨는 “형은 어머니께 ‘돈 생기면 새 집 지어서 살자’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변을 당하는 바람에 꿈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는 자식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데다 온 가족이 수십 년간 살아온 마을을 떠나기 싫어하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광욱씨는 지난 6일 오전 6시6분쯤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중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보건복지부는 이씨를 의사자로 선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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