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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해도 잘 안 풀린다면 쓸데없는 일에 매달리지 말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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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80 대 20의 원리』의 한글 만화판(왼쪽)과 영문판 표지.

시간이 항상 모자라 허덕허덕한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풀린다면 … . 뭐가 잘못됐을까. 『80 대 20의 원리(The 80/20 Principle)』(1997)는 그런 경우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영국의 작가·사업가·컨설턴트·강연가인 리처드 코치는 34개 국어로 번역된 『80 대 20의 원리』 같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무엇이든 100개 중 20개, 즉 20%에서 80%가 나온다는 ‘80 대(對) 20의 원리’는 근대 세계를 만든 근본 원리다. 하지만 이 원리는 우리 시대에서도 최고의 비밀이다.” “80 대 20의 원리는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진리다.” “많은 법칙이 그 법칙을 믿어야 실현되지만 80 대 20의 원리는 사람들이 믿거나 안 믿거나 항상 구현된다.” “다윈의 진화론은 80 대 20 원리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상당히 ‘과격한’ 주장이다. 코치는 컨설턴트로 활약하던 당시 꽤 ‘오버(over the top)’하는 경향이 있었다. ‘뻥쟁이’ 기질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토록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다. 『80 대 20의 원리』가 괜히 자기계발 분야와 경영학의 고전이 된 것은 아니다.

 우선 세계 속에서 80 대 20의 원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 카펫이 닳아질 때에는 카펫의 20%에 집중된다. 고객·소비자 전체의 20%에서 어떤 회사 수입의 80%가 나온다. 어떤 회사가 100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놨다면 그중 20개가 수입의 80를 책임진다. 나머지 제품·용역 80개는 고작 20%의 수입만 거둔다. 20%의 범죄자가 모든 범죄의 80%를 일으킨다. 우리는 갖고 있는 옷의 20%만을 입는다.

 이 원리가 실생활에 던지는 시사점은 뭘까. 단도직입적으로 정리하면 ‘쓸데없는 일에 매달리지 말라’는 얘기다. 노력의 총합이 100이라면 결과를 낳는 것은 노력의 5분의 1이기 때문이다. 그 5분의 1은 사실 우리가 제일 잘하고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에디슨이 주창한 “99%의 땀과 1%의 영감”식의 사고방식은 잘못됐다. 성과를 내는 것은 쉬워야 한다. 공부를 많이 한다고, 일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10시간 공부하고 일한다면 10시간 중에서 성과의 80%를 결정하는 것은 2시간이다. 80 대 20의 원리는 심지어 우정에도 적용된다. ‘친구가 없는 것은 흡연보다 나쁘다’는 게 실증적 연구의 결론이다.

하지만 친구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100명의 친구를 규칙적으로 만나고 있다면 그중 20명만 만나도 충분하다. 친구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자신의 비전에 맞는 소수의 선별된 파트너형·협력자형·동맹형 친구가 필요하다.

 80대 20의 원리를 적용하기 이전이라면 일과 중 행복·성공에 직결되는 활동과 시간은 5분의 1이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인생의 목표인 행복을 위해 이 5분의 1의 활동·시간을 4분의 1, 2분의 1로 늘려나가야 한다. 오로지 진짜 중요한 20%에 집중하는 80 대 20의 원리를 실생활에 적용하면 어떤 효험이 있을까.

‘시간 혁명’ ‘성과 혁명’을 달성할 수 있다. 덜 일하고 더 많이 벌게 된다. 남들이 보기엔 게으른 것처럼 보여도 성과는 밤낮 일에 매달리는 사람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나다. 시간 낭비를 최소화한 결과다.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있어도 시간이 모자라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상기하라.

 단 효험을 보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목표의식이 명확해야 한다. 이에 대해 코치는 이렇게 말한다. “목표에 대해 진지한 사람은 소수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은 너무 많은 일에 노력을 쏟고 있다. 진짜 중요한 일들에는 노력을 등한히 하고 있다.” 목표를 알아낸다는 것은 인생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돈은 문제가 아니다. 코치는 많은 사람이 돈에 대해 잘못된 견해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돈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고, 돈 버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돈은 그리 중요한 것도, 그리 벌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자신이 진짜 좋아하고 진짜 잘하는 것을 한다면 …. 코치에 따르면 또 다른 전제조건은 80 대 20의 원리를 생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리를 분석에 도입해 아예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80 대 20의 원리가 위대한 이유는 그 누구의 간섭도 없고 그 누구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데 있다고 코치는 주장한다. 오직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결단과 실천이다.

 『80 대 20의 원리』는 ‘최소 노력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파레토의 법칙’에서 나왔다. 빌프레도 파레토는 이탈리아 경제학자였다. 파레토에 따르면 모든 원인-결과 관계는 항상 불균형이다. 코치의 공헌은 이를 경영학과 ‘인생학’에 적용한 데 있다.

김환영 기자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중남미학 석사학위와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심의실 위원, 단국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아포리즘 행복 수업』등이 있다.

Richard Koch

리처드 코치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근대사 전공 학사), 펜실베이니아대(MBA)에서 공부했다. 코치는 창업가·컨설턴트·강연가·투자가로서도 크게 성공했다. 책 쓰는 일 외에는 40세에 은퇴했다. 햇볕이 좋은 나라 3곳에 집을 장만해 옮겨다니며 집필 등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있다. 한글로도 번역된 저서로는 『나를 바꾸는 80/20 프로젝트(The 80/20 Revolution)』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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