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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불교 발자취 따라 걷는 산책로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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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관광객들이 돌계단을 밟으며 왕벚꽃이 활짝 핀 개심사 주변 내포문화숲길을 걷고 있다. 내포문화숲길은 ‘깨달음길’로 불린다.

충청 지역에는 선조의 발자취를 되새길 만한 곳이 많다. 그곳을 찾아 역사의 향기를 맡으며 나를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영관 순천향대 관광경영학과 교수가 ‘명소명인(名所名人) 기행’을 통해 우리를 그곳으로 이끈다.

이번 회는 서산 내포문화숲길이다. 이 교수는 리더십 연구가로도 유명하다.

충남에는 내포(內浦)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서산·당진·예산·보령 같은 서북부 지방으로 바다나 호수가 육지 안으로 휘어 들어간 지역이란 뜻이다.

 내포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예부터 바닷길로 사람과 문물이 들고 나던 창구였다. 따라서 이곳에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종교 자원이 어우러져 있다. 충남은 이들 자원을 연계한 숲길을 4개 테마로 조성해 관광객과 도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이번 회에 소개하는 테마 길은 ‘깨달음길’로 이름 붙은 서산 내포문화숲길이다. 융성했던 백제 불교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숲길이다. 특히 상왕산 자락의 개심사와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 주변의 호젓한 산책로가 매력적이다. 4~5월 초 개심사는 핑크빛 봄 향기를 전해준다. 왕벚꽃의 화사함과 고풍스러운 사찰의 정취는 신비한 멋을 자아낸다.

마음을 여는 사찰이란 뜻을 담고 있는 개심사 내부 전경(왼쪽)과 국보 제84호 마애여래삼존상.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11년인 651년 창건됐다. 마음을 여는 사찰이란 뜻을 담고 있다.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사찰 곳곳에서 느껴지는 예스러운 분위기는 여유롭고 고즈넉하다. 신검당은 자연석 주춧돌 위에 배흘림이 가미된(항아리 형태) 기둥과 지붕의 무게를 기둥에만 전달하는 주심포 양식으로 건축됐다. 지붕의 뒷부분은 홑처마, 앞은 겹처마의 맞배지붕으로 마무리했다.

보원사지에서 느끼는 충청의 여유와 해학

숲 속 산책로는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힐링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개심사~보원사지 2.3㎞, 보원사지~마애여래삼존상 1.5㎞ 산길은 나뭇잎에 투영되는 햇살과 나무그늘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개심사에서 647번 지방도로 연결되는 인근에는 한우가축개량사업소의 대규모 농장이 유럽 알프스 지역이나 호주 대농장과 비유될 만큼 끝없이 펼쳐져 있다.

 5월에는 봄 햇살을 쬐며 고사리를 따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보원사지에 이르면 거대한 사찰 터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백제시대 금동여래입상이 발견돼 사찰 창건 시기를 점칠 수 있다. 현재 경내에 석조·당간지주·5층석탑 같은 보물급 문화재가 남아 있어 사찰의 규모와 품격을 짐작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이곳에 1000여 명의 승려가 생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보원사지가 원형대로 복원돼 인근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의 온화한 미소가 더욱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 본다.

 ‘백제의 미소’로 널리 알려진 마애여래삼존상은 충청인의 여유와 해학을 느끼게 한다. 햇살의 방향에 따라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경사가 가파르지 않은 돌계단 길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용현계곡을 따라 펼쳐진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마애여래삼존상의 미소는 성공한 사람의 유머 넘치는 얼굴 표정과 비슷하다.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면 웃는 얼굴로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유머는 진심에서 우러나올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가식적인 유머는 상황을 어색하게 만들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이미지란 어떤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받은 느낌이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영상이고 심상이다. 인간은 사물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기보다 다분히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지는 또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의 오감을 통해 형성되는데 시각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나쁜 인격을 가진 사람이 천사 같은 이미지로 사람을 현혹시킬 수 있다. 반면에 심성은 착한데 무뚝뚝한 얼굴 표정으로 오히려 나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웃는 표정을 빨리 인지하는 능력이 있다. 친절을 베푸는 사람에게 호감을 보인다. 아름다운 미소는 식욕을 북돋우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힘을 키워준다. 유머 있는 사람은 본인은 물론 상대방도 행복하게 만든다.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은 주변인을 끌어당기고 공동체의 분위기도 밝게 만든다.

 한국 여성은 잘 웃기 때문에 남성보다 오래 산다고 한다. 수다는 악의가 없고 인간적인 유대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영관 교수

196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관광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기업윤리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 호텔스쿨 교환교수, 국제관
광학회 회장, 한국여행작가협회 감사를 지냈다. 현재 순천향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다. 주요 저서로 『조선의 리더십을 탐하라』 『스펙트럼 리더십』 『한국의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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