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잠재적 주택 수요가 568만 가구 넘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4.05.19 00:28

업데이트 2014.05.19 00:30

지면보기

종합 33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세월호 참사의 파장은 엄청나다. 우리 사회를 패닉에 빠지게 했고, 경제도 많이 위축돼 버렸다. 부동산시장이라고 다를 게 없다. 온기가 도는 듯했던 주택거래시장은 다시 가라앉는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의 4월 주택거래량은 전월에 비해 2.1% 줄었고 서울은 분위기가 더 심각해 5.3% 감소했다. 부자동네라는 강남 3구는 무려 22.5%나 빠졌다.

 이유가 뭘까. 몇 달 전 정부가 내놓은 주택 임대소득 과세 방침 때문인가, 아니면 세월호 참사 영향인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주택경기는 다시 냉각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동안 정부가 얼어붙은 거래시장을 녹여보려고 애를 썼지만 효과는 별로 없어 안타깝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의미 있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집 살 여력이 있는 가구의 추계와 시사점’이란 제목이 붙은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조금만 노력하면 장기간 침체국면에 빠진 주택경기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예상과 달리 우리의 주택 구매 수요기반이 상당히 튼튼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집 한 채를 구입하더라도 평상시 생활에 별 부담이 없는 잠재적 구매 수요가 568만7000 가구나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2013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수의 31.3% 규모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들 잠재수요는 주택시장에 호전 징후만 나타나면 실제 구매 수요로 돌아설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10%인 57만 가구만 주택구입 대열에 합류한다면 시장 분위기는 어떻게 바뀔까. 지난해 전체 주택 거래량이 약 88만 가구니, 그 파급효과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게다.

 더욱이 집 살 여력이 있는데도 전세 등을 사는 돈 많은 ‘리치 렌터(rich renter)’도 약 144만 가구로 추산되고 있다. 이 계층만 잘 겨냥해도 주택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문제는 이 수요예측 자료가 얼마나 신뢰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통계청은 은행대출 등을 받아 집을 샀거나 전세 들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무작위로 2만 명을 추려 금융자산, 소득, 주택소유 여부, 소유 주택의 가격, 대출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전·월세 보증금, 주택구입 의사, 대출금 상환 능력 등이 담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매년 시행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이 자료를 토대로 잠재 가구수를 추산했기 때문에 신뢰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정부는 주택구입 가능계층을 단순히 소득 4~5분위로 정의한 데 반해 이 자료는 부채나 채무 상환능력 등까지 감안하여 현실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잠재 수요는 어떻게 구했을까. 현재 은행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 중에 원금과 이자 상환으로 인해 생계부담을 받지 않고, 상환금을 제때 갚고 있는 가구만 뽑아 분석해 보았다. 이들이 매년 내고 있는 대출금 등 부채 상환액을 연간 가처분 소득으로 나눈 채무상환비율(DSR)은 평균 20.8%로 계산되었다. 이 수치는 부채 상환금이 가계에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기준이다.

 연구원은 기준 수치 안에 드는 가구만을 다시 추려 최종 잠재수요를 추정했다. 이들의 평균 DSR은 기준치의 4분의 1 수준인 4.4%로 떨어졌다. 이 계층을 집을 살 수 있는 잠재수요로 본 것이다.

 이들 잠재수요가 집을 사게 되면 DSR은 11.6%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총가처분 소득의 10% 좀 넘는 금액을 대출 관련 비용으로 지출한다고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계산한 DSR 기준치(20.8%)와 비교하면 그렇다.

 그렇다면 자금여력이 있다고 해서 다 집을 산다는 보장이 있는가. 추산된 잠재수요의 55.8%인 317만3000가구가 “여유자금이 생길 경우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시장 상황만 호전되면 얼마든지 구매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2억5271만원이고, 비수도권은 1억1319만원으로 조사됐으니 여기에 조금만 보태면 집 사는 데는 어려움이 별로 없을 듯싶다.

 “집도 집 나름이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주택은 지난해 거래된 주택의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집 가격은 수도권의 경우 3억1828만원이고, 비수도권은 1억4704만원 수준이다. 갖고 있는 돈과 주택가격이 나왔으니 계산은 분명해진다. 이제 이런 잠재수요를 실제 구매수요로 돌아서게 하는 방책이 중요하다.

 여러 대책을 생각할 수 있지만 먼저 수요 계층에 맞는 제도와 정책마련이 필요하다. 주택 관련 정보가 없어 집을 사지 못한다는 수요도 많다고 하니 이들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해 줄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금리가 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과 공유형 모기지를 확대하여 무주택 잠재수요의 구매력을 키우는 정책 또한 실효성이 커 보인다. 이와 함께 고소득층이 임대주택사업에 가담할 수 있게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안정적인 수입이 기대되는 임대용 주택단지가 개발될 수 있는 기반조성 방안도 좋은 아이디어로 꼽힌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