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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묵은 원시의 숲에 안길까, 장수풍뎅이 보러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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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은 아이들의 살아 있는 놀이터다.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는 향과 색, 감촉이 특별한 식물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봄이 여름을 향해 내달린다. 신록은 계절에 맞춰 싱그러움을 더해간다. 다양한 채도와 명도의 초록이 뒤덮이는 곳, 수목원으로 향할 시간이다. 수목원에는 너른 숲이 있다. 정성 들여 가꾼 관목도 있다.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기에 제격이다. 나무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고 해설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아이들에겐 공부도 된다. 이 좋은 수목원이 전국에 120개가 넘게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중에서 서울·수도권에서 하루 나들이 삼아 가볼 만한 수목원 네 곳을 week&이 골랐다. 이번 주말은 나무 향기 가득한 수목원으로 떠나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국립수목원

광릉(光陵)은 1468년 세조와 왕비 윤씨가 묻힌 자리다. 조선 왕실은 왕릉을 조성한 직후 출입을 일절 막았다. 이후 경기도 포천 운악산(235m) 자락에 여의도 면적 7.7배(22.4㎢)에 달하는 광릉숲이 탄생했다.

500년 넘는 시간 동안 인간의 간섭에서 벗어난 숲은 안정된 생태계를 이뤘다. 광릉숲에는 식물 938종, 동물 4142종이 자생한다.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됐다. 500년 동안 사람의 손을 안 탄 원시의 숲이 서울시청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그 500년 묵은 숲에 국립수목원(kna.go.kr)이 자리 잡고 있다. 유일하게 국가에서 운영하는 수목원이다. 국립수목원은 식물을 특성에 따라 16개 주제로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 조팝나무·수국 등 꽃나무가 반기는 ‘화목원’은 눈이 즐겁고, ‘손으로 보는 식물원’에서는 생강 향이 나는 생강나무, 쓴맛이 나는 소태나무를 만질 수 있다. 국립수목원은 화~금요일 5000명, 토요일 3000명으로 입장객을 제한한다. 방문 예정일 30일 이내에 홈페이지 예약이 필수다.

이용정보=입장료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화~토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일·월요일 휴원.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직동리 51-7(광릉수목원로 415). 031-540-2000.

위부터 차례로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장수하늘소, 천리포수목원에 핀 황목련, 물향기수목원 토피어리원.

태안해안국립공원 품다-천리포수목원

바다를 배경으로 품고 있는 수목원이 있다.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chollipo.org)’이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가 ‘세계에서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했을 만큼 경관이 아름답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자리해 바다와 어우러진 신록을 감상할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고(故) 민병갈(1921∼2002) 선생이 황무지였던 땅을 일궈 1970년 설립했다. 지금 천리포수목원에는 약 1만5000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목련류 500종, 동백나무류는 400종이 있어 초봄부터 늦봄까지 꽃이 핀다.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수생식물원 주변 습지다. 길게 늘어선 수양버들이 산들바람에 출렁거린다. 하얗고 노란 수선화도 핀다.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만리포 해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해양 전망대, 잘게 썬 나무 토막으로 길을 낸 우드랜드도 꼭 가봐야 하는 명소다. 천리포수목원 안에 게스트하우스 9동이 있어 수목원 안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도 있다. 1박 12만원부터.

이용정보=입장료 어른 1만원, 어린이 4000원. 오전 9시~오후 6시(6월까지 오후 8시). 연중 무휴.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875(천리포1길 187). 041-672-9982.

체험학습장으로 그만-물향기수목원

경기도 오산의 물향기수목원(mulhyanggi.gg.go.kr)은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 매년 4월이 되면 왕벚나무와 산벚나무가 흐드러지게 핀다. 벚꽃이 졌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 숨은 매력이 많다. 물향기수목원은 경기도가 세웠고 관리도 한다.

물향기수목원은 20개 주제로 공간이 분리돼 있다. 수생식물원·습지생태원·호습성식물원을 비롯해 한국의 소나무원·단풍나무원 등이 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다양한 모양으로 나무를 조각한 토피어리원과 나무로 만들어진 미로를 빠져나가는 미로원을 추천한다. 메타세콰이아·들메나무·전나무 등을 심어놓은 숲 속 쉼터는 산림욕을 하기에 좋다.

동물도 구경할 수 있다. 관상조류원에서 공작·타조·오리 등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고, 곤충생태원에서는 장수풍뎅이·물방개·사슴벌레 등 도시에서 보기 힘든 곤충을 볼 수 있다. 식당이나 매점이 없으니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하는 게 좋다.

이용정보=입장료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오전 9시~오후 6시(6~8월 오후 7시까지). 월요일 휴원.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 332-4(청학로211). 031-378-1261.

베어트리파크 전경.

반달곰이 있는 수목원-베어트리파크

세종시 베어트리파크(beartreepark.com)는 설립자 이재연(83)씨가 반세기에 걸쳐 땀 흘려 맺은 결실이다. 이씨는 1963년부터 정원을 가꾸기 시작해 2009년 일반에 개방했다. 33만㎡(약 10만 평)에 이르는 베어트리파크에는 1000여 종 40만 점에 이르는 수목과 150마리가 넘는 반달곰이 공생하고 있다.

베어트리파크는 베어트리정원·곰조각정원·열대식물원·분재원·향나무동산 등 다양한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 만경비원이 볼 만하다. 2층으로 된 온실 곳곳에 화려한 식물이 가득하다. 에리카·피라칸서스·폰데로사레몬·아나나스 등 300여 종의 열대식물이 자태를 뽐낸다. 늦봄에는 붉은 영산홍이 식물원 곳곳에 색감을 더한다.

베어트리파크는 곰이 사는 동물원이다. 반달곰동산에서 반달곰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다. 지난 1월에는 쌍둥이 불곰이 태어났다. 오는 20일 베어트리파크 애완동물원에 들르면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아기 불곰을 만날 수 있다.

이용정보=입장료 어른 1만3000원, 어린이 8000원(만경비원 입장료 2000원 별도). 오전 9시~오후 6시30분. 연중 무휴. 세종시 전동면 송성리 8-5(신송로 217). 044-866-7766.

글=양보라 기자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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